경찰은 14일 ‘안산 인질극’ 사건과 관련해 전국에 인질 협상 전문요원이 484명 있으며 안산 인질극 현장에는 최고 전문가인 이종화 경찰대 교수가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13일 오전 11시55분 안산 상록구 다세대주택 인질극 현장에 도착했다. 수업하다 연락을 받고 달려갔다고 한다. 이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도착 당시 이미 두 사람이 사망한 걸로 추정할 정도의 대화 내용이 있었고, 인질범은 극도의 흥분 상태를 보이면서 계속해서 살아있는 큰딸의 목숨을 위협하는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들어가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본인이 전 남편과 작은딸을 죽였다고 계속 얘기를 했고, 큰딸이 그걸 또 확인해줬다. 그래서 이미 사망한 걸로 추정을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질범 김씨가 아내의 전 남편 박씨와 그의 작은딸 박양을 살해한 시간은 각각 12일 오후 9시쯤과 13일 오전 9시40분 전후였다. 박양 살해 시점은 함께 인질로 잡혔던 언니의 진술을 토대로 파악한 것이다. 김씨의 아내와 경찰이 인질극 현장에서 김씨와 처음 통화한 건 오전 10시15분쯤. 김씨는 49분여간의 통화에서 “아내와 대면하고 싶다” “이미 일을 저질렀다” “조금 있으면 자수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김씨는 앞서 피해자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부인에게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를 보고 피해자 2명이 사망했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살아있는 두 사람을 살리자는 쪽으로 전략을 세웠다. 협상은 3명 이상이 팀을 이뤄 진행한다. 직접 인질범과 대화하는 사람, 뒤에서 그 대화를 청취하는 사람, 그 내용을 갖고 전반적으로 협상 내용을 조정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나뉜다.
이 교수는 경찰이 무리하게 진입하면 인질들이 희생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협상 당시 김씨는 극도의 흥분 상태를 보였고 조금만 대화를 옆으로 돌려도 잡혀 있던 큰딸이 “죽을 것 같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김씨가 자수 의사를 밝히며 “경찰관 1명이 오면 인질 1명을 풀어주겠다”고 한 건 오후 2시20분쯤이다. 그러나 정작 경찰관이 들어가려 했을 때 김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고 전화도 안 받았다. 경찰은 추가 위해 및 자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4분 뒤 강제 진압에 돌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안산 인질범 협상 중 수시로 들려온 큰딸의 비명 “죽을 것 같아요”
입력 2015-01-14 17:37 수정 2015-01-14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