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파동 ‘K(새누리당 김무성 대표)·Y(유승민 의원) 배후설’을 흘린 당사자들이 서로 엇갈린 주장을 쏟아내며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배후설 의혹은 단순 해프닝 수준을 넘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저녁 술자리는 지난해 12월 18일 이뤄졌다. 검찰이 문건유출 혐의로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다. K·Y 배후설을 김 대표 등에게 전달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14일 “(내가 방송에 출연해 문건파동 관련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음종환 청와대 선임 행정관이 ‘훈계’조로 이것저것 얘기했다. 고급정보를 달라고 했더니 그런 맥락에서 (배후설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당일 술자리에서 나 혼자 술을 안 마신 상태였다. 나만 안 취했었고 분명히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술자리 이튿날 음 행정관이 ‘술을 마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고 적어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음 행정관은 “배후설을 얘기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음 행정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행정관 배후는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이란 말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조 전 비서관은 유승민 의원 같은, 제가 존경하는 분들을 만나 줄을 서서 (국회의원) 배지나 달려고 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 말만 믿고 논평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이 전 비대위원에게) 훈계를 했다”고 했다. 이 전 비대위원이 앞뒤 문맥을 혼동해 와전했다는 뜻이다.
술자리에 참석했던 ‘제3의 인물’인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 당협위원장은 음 행정관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손 위원장은 “배후설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그때 같이 있었던) 신용환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과 나는 그런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 만약 김무성·유승민 이름이 나왔다면 당연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기억이 안 날 리 없다”고 부연했다. “음 행정관과 이 비대위원 둘이서 그런 얘기를 나눴는지 모르겠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고도 했다.
배후설을 전해들은 유 의원은 “음 행정관을 잘 아는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에게 한번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며 “안 비서관이 ‘당사자에게 물어보니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고 하더라’고 회신해 왔다. 이게 전부”라고 전했다.
이 전 비대위원과 음 행정관은 전날 문제의 술자리가 벌어졌던 장소에서 약속이 겹쳐 우연히 마주쳤다고 한다. 이 전 비대위원이 음 행정관을 알아보고 찾아갔지만 음 행정관은 “너랑 풀 생각도 없고 볼 생각도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수첩 파동
입력 2015-01-14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