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은 지난달 법률상 마약류로 분류된 대마를 소지, 흡연한 혐의로 육군 3사단 소속 이모(24) 일병, 해군 교육사령부 김모(22) 병장, 공군 제8전투비행단 차모(22) 상병 등에 대해 벌금 200만~300만원을 선고했다. 각 군은 군 사법부 처벌과 별개로 이들에게 영창 10~15일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6일 이들에게 대마를 판매한 혐의로 진모(23)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병사들과 진씨는 미국령 사이판 제도에서 함께 유학한 친구 사이다. 당시 대마초를 처음 접한 뒤 군 입대 이후에도 흡연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씨는 대마 매매 외에 미성년자에게 판매한 혐의, 자신이 직접 흡연한 혐의가 함께 인정됐다.
병사들은 각 군이 사회에서 군 부대로 보내는 소포의 내용물을 일일이 열어보지 않는 점을 악용했다. 지난해 5월 병사들로부터 10만원씩을 입금 받은 진씨는 대마초 3g을 1g씩 나누어 각 부대로 발송했다. 부대로 배달된 우편물 중 병사에게 온 것은 간부가 보는 자리에서 열어서 내용을 확인하게 돼 있지만 과자상자에 숨기는 수법이 활용돼 적발되지 않았다.
병사들은 부대 안 공터와 화장실 등에서 몰래 대마초를 피웠다. 대마초 1g은 통상 2~3회 흡연이 가능한 분량이지만 10회에 걸쳐 나누어 피운 병사도 있다. 또 김 병장의 경우 보직이 헌병으로 위법행위를 적발해야 할 위치에 있었지만 오히려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은 주범 진씨를 검거한 뒤 “군부대로 대마초를 발송했다”는 자백을 받았다. 이후 각 부대 헌병대에 협조 요청을 해 병사들을 함께 검거했다. 그러나 육.해군은 경찰이 수사 공조를 요청 때까지 병사들의 대마초 밀반입과 흡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군부대 안으로 마약류가 밀반입돼 버젓이 흡연까지 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각 군은 범죄 사실과 징계 내용을 국방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이들의 혐의가 막중하지 않다고 판단해 상부로 알리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경찰도 검거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쉬쉬’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서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으로 군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었던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
유동근, 나성원, 양민철 기자 dkyoo@kmib.co.kr
‘한국군 경악의 대마초’ 군은 이번에도 쉬쉬… 보고 안하고 처벌도 솜방망이
육·해·공군 병사 3명이 대마초를 부대로 밀반입해 이를 각자의 부대 안에서 피운 사건은 지난해 잇달아 벌어진 병영 내 기강해이 파문의 ‘제2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 당시 의혹을 감추기만 하려했던 군은 이번에도 ‘비공개’ ‘은폐’ 행태를 또 반복했다.
병사들의 대마초 밀반입과 부대 내 흡연 사실을 접한 일선 장교들은 경악하고 있다. 소포와 편지에 대한 검열 규정이 완화된 점을 착안한 범죄수법에 혀를 내둘렀다. 한 장교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편지 봉투를 뜯어 내용을 읽는 검열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우편물을 뜯은 뒤 이를 미(未)개봉 상태로 복원하는 보직도 있었다”며 “인권 침해 논란으로 이를 금지했는데 이번 사건은 이를 역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병사들이 대마초가 담긴 과자상자를 ‘위문 소포’로 위장하는 수법으로 완화된 규정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대 안과 밖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마초를 피우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대마초 타는 특유의 냄새가 발생하지만 대마초 사건에 익숙하지 못한 군 헌병대는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한 병사는 부대 안 관사 뒤편에서 버젓이 대마초를 담배처럼 피웠는가 하면, 외출과 휴가를 나가서는 플라스틱 페트병, 은박지 등 각종 기구를 이용해서 대마를 흡입했다.
군부대의 ‘보안’ ‘검열’ 장치는 범죄수법을 따라가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 외에 부대 안으로 밀반입되는 마약류를 탐지할 수 있는 수단이 특별히 없다”며 “과장상자에 숨겨 들여오는 경우 엑스레이(X-RAY) 등 투시 장치가 필요하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일선 부대에 배치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군내 각종 사건·사고를 공개키로 한 군의 ‘병영 혁신’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윤 일병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문제가 될 만한 사건은 반드시 공개하겠다”고 했었다. 당시 한 장관은 지휘서신을 통해 “정직이 바로 군이 국민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라며 “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사실 그대로 알리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각 군 본부는 이번에도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마초 흡연 사실이 국방부에 보고 되지 않다가 며칠 전 급하게 올라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미 한 달 전에 판결이 났음에도 발생 시점부터 4~5개월을 쉬쉬하다 문제가 될 조짐이 보이자 뒤늦게 늑장보고를 한 셈이다.
군사법원의 양형 기준이 사회와 비교했을 때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대마초 흡연의 경우 다른 마약범죄 투약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 이상의 처분이 내려진다”며 “벌금형 처분은 군대 밖에서는 결코 내려지기 힘든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대마초 흡연과 소지 혐의가 적용된 병사 3명은 벌금형을 받았을 뿐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