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저 이상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는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 제1비서로부터 무한한 가르침과 깊은 사랑을 받았다”는 조동섭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의 발언이 나오면서다.
14일 호주 언론 ‘시드니 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조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B조 2차전을 하루 앞둔 전날 멜버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제1비서는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평양을 떠나는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았지만 언제나 무한한 가르침을 준다”며 “우리에게 힘을 주는 그의 깊은 사랑에 감사하다. 우승으로 그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문은 조 감독의 발언 내용을 전하는 과정에서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에서 확인되는 ‘위대한 수령(The Great Leader)’이나 ‘깊은 사랑(Great love)’을 영문으로 번역해 적었다. 조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김 제1비서를 ‘위대한 수령’으로 표현하고 치켜세웠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대표팀 감독과 선수는 AFC의 상급 단체인 국제축구연맹(FIFA) 규약에 따라 경기를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정치, 종교, 민족, 인종 등을 선전하는 모든 행위와 상징물을 금지하는 FIFA의 방침을 적용할 수 있는 자리다. 자국의 정치인을 치켜세울 경우 제지를 받을 수 있지만 조 감독은 김 제1비서를 반복적으로 거론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 감독은 “훈련이나 선수 관리 등 많은 지침들을 받았다. 그는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호주 네티즌들은 조롱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세습된 최고 지도자를 우상화하는 북한사회의 단면을 조 감독의 발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 온라인판의 댓글 게시판과 SNS에는 “최고 지도자가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축구를 전수하는 이상한 나라” “김정은은 도대체 못하는 게 무엇인가” “선수들은 김정은의 깊은 사랑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야겠지만 우승에 실패하면 망명해도 좋다”는 조롱이 쏟아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호주아시안컵 Day6] “김정은이 대표팀에 축구도 가르쳐? 못하는 게 뭐야?”
입력 2015-01-14 16:09 수정 2015-01-14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