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① 우리도 안다. 어글리 차이니스라는 것을

입력 2015-01-14 16:28

2015년 새해를 불과 20여분 앞두고 발생한 상하이 압사 사고로 36명의 꽃다운 목숨이 사라졌습니다. 중국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많은 중국인들은 “중국 사람들이 그렇지 뭐”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가끔 동네에서 보는 앞집 은행원은 사고 다음날 만나서는 “뻔하지 않느냐. 줄 안서고 밀치고 그러지 않았겠느냐”면서 “나도 중국인이긴 하지만 언제 문화인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쉽니다.

중국인들은 부강하고 힘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의 문화수준에 대해서는 열등감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상하이 사고는 정부의 안전관리가 미흡해서 생긴 일인데도 모인 사람들 탓을 합니다. 이쯤 되면 콤플렉스라고 불러도 될 정도입니다. 사실 영국이나 미국 등 서방 선진국가에서도 비슷한 사건은 계속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1989년 영국 셰필드 힐즈버러 스타디움에서는 리버풀과 노팅엄 포리스트의 축구 경기 시작 전 많은 팬들이 몰리면서 96명이 사망하는 ‘힐즈버러 대참사’가 있었습니다. 2008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월마트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맞아 몰려든 손님들에 밟혀 점원 1명이 죽은 일도 있지 않았나요.

외국 사람들에게 중국인은 돈은 많지만 매너는 없는 사람들로 비춰집니다. 이런 중국인의 이미지는 지난해 벌써 1억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 중국관광객들이 만들었습니다. 한 외신에 소개된 얘깁니다. 지난 10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역을 찾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 중에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베테랑 가이드 린다 리는 손님들에게 말합니다. “여기 공중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70센트(약 900원)를 줘야합니다. 잔돈이 필요하신 분은 말씀하세요.” 버스 안은 술렁입니다. “중국에서는 유료 화장실은 5마오(약 90원)밖에 안하는데….” 이후 상황은 뻔하겠죠. 관광객들은 여기저기 구석구석에서 실례를 합니다. 그러려니 하던 린다는 정장 차림에 최고급 명품 브랜드인 바세론 콘스탄틴 시계를 찬 중년 신사까지 버젓이 실례를 하는 모습에 말문이 막힙니다. “수천 유로를 들여 유럽 여행을 온 사람들이 70센트가 아깝나 봐요.”

2013년에는 15세 중국 중학생이 3500년 된 이집트 룩소르 신전 부조에 낙서를 하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면서 중국 안팎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습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문명여행 공약’이란 이름의 행동 수칙을 발표했고, 왕양 부총리는 “일부 관광객의 수준이 낮아 비판을 받고 나라 이미지에도 손해를 끼치고 있어 영향이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없습니다. 지난해 초 홍콩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부부가 거리에서 아이의 대변을 보게 한 것이 이슈가 됐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유명 쇼핑센터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대변’을 깔고 앉는 퍼포먼스를 통해 중국인들을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여객기에서 관련 황당 사건들이 자주 발생합니다. 지난달 태국 방콕을 떠나 중국 난징으로 향하던 태국 에어아시아 여객기에서 중국인 승객이 좌석 배치 문제로 “비행기를 폭파하겠다”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여승무원에게는 뜨거운 컵라면 물까지 끼얹었습니다. 최근 중국 서남부 윈난성 쿤밍 공항에서는 기상 악화로 여객기 출발이 지연되자 일부 승객들이 비상탈출구 문을 여는 바람에 여객기가 긴급 회항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양의 소국 몰디브를 방문했습니다. 중국 교포 관련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아무데나 물병을 버리지 마세요. 산호초를 훼손하지 마세요. 그리고 컵라면은 덜 먹고 지역 해산물을 많이 드세요.”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몰디브에는 한 해 30만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이 찾습니다. 고급 리조트나 호텔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호텔 식사를 건너뛰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몇몇 호텔 측은 아예 컵라면을 못 먹게 뜨거운 물 제공을 중단하는 일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중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어글리 차이니스’에 대해 반성과 질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대책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한 전문가는 저가 여행이 범람하면서 너도나도 여행을 가는 바람에 중국 이미지에 타격이 되고 있다면서 여행 상품 가격의 하한선을 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행 상품 가격을 높이면 비교적 중산층 이상의 ‘문명인’들이 해외여행을 할 수밖에 없고 그래야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라는 얘깁니다.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중국에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관광객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가이드를 처벌하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부모들도 손 못 대는데 가이드들이 무슨 수로 통제를 할 수 있느냐”는 비아냥이 들립니다.

어글리 차이니스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도 1980~90년대 해외 여행지에서 추태를 부리는 ‘어글리 코리안’ 때문에 골치를 앓았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소득수준 상승과 관련이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0조 달러가 넘어 세계 2위입니다. 하지만 1인당 GDP는 7500달러 남짓으로 세계 80위입니다. 어글리 차이니스가 사라지려면 중국의 1인당 GDP가 2만 달러(대만 수준·세계 40위)를 넘어설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