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의 방송 인터뷰로 ‘허언증’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재판을 통해 무죄를 밝힌 홍가혜(27)씨가 “10분의 인터뷰로 27년의 인생이 바뀌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미디어오늘이 14일 공개한 인터뷰에서다. 인터뷰는 지난 12일에 이뤄졌다. 홍씨는 종합편성채널 MBN과 인터뷰한 경위와 해경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벌인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심경을 상세히 밝혔다.
홍씨는 “‘거짓 인터뷰다, 허언증이다’라는 말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 1심에서 그게 아닌 것으로 밝혀져 마음의 짐을 벗었다”고 말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2단독 장정환 판사는 지난 9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홍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홍씨의 인터뷰는 공익목적이 강하고 표현의 자유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홍씨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틀 만인 지난해 4월 18일 전남 진도에서 뉴스 속보를 방송한 MBN과 인터뷰했다. 홍씨는 민간잠수사로 소개됐다. 당시 홍씨는 “해경이 약속했던 장비, 인력, 배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다. 정부 관계자들이 민간잠수사들에게 ‘시간만 때우고 가라’고 했다. 잠수사들이 벽을 사이에 두고 생존자를 확인해 대화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명예훼손 혐의로 홍씨를 고소했다. 홍씨는 구속돼 101일간 수감됐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의 탄원으로 같은 해 7월 31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재판은 계속됐다. 법정 공방은 8개월 넘게 계속됐다.
홍씨는 방송 인터뷰를 후회했다. 홍씨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후회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10분의 인터뷰로 27년의 인생이 바뀌었다. 감옥에 가기 전에는 자유인이었다. 이 사건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뒤에도 감옥이 아닌 감옥에서 살고 있다. 잘못하면 가십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회할 수 없다. 인터뷰하지 않았으면 (세월호 피해자) 가족은 바보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MBN과 인터뷰한 경위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홍씨는 “SNS에서 잠수 경험자를 모집하는 글을 보고 진도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카카오스토리 게시물을 읽었고, 이 게시물의 댓글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MBN 작가와 연락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MBN의 인터뷰 요청에 곧바로 응하지 않았다. 현장 상황을 물은 작가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나이가 많은 남성 잠수사들에게 요청하라”고 제안했다. 작가로부터 “(남성 잠수사들과의 인터뷰는) 뒷수습이 골치 아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나서야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홍씨는 인터뷰 이후의 상황들을 떠올리며 “그 뒷수습이 무엇인지 몰랐었다. 무지했다”고 했다.
민간잠수사로 소개된 신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홍씨는 “작가로부터 ‘왜 (진도로) 내려가느냐’는 질문을 받고 잠수하러 가는 자원봉사자라고 말했다. ‘민간잠수사인가’라는 작가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신분 속이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민간인이고 잠수할 줄 알면 민간잠수사라고 생각했다. 5년의 다이빙 경험도 있다. 2009년에 기초교육을 받았다. 다이빙을 많이 했다. 지금도 많이 한다”고 밝혔다. 민간잠수사로 소개된 홍씨의 신분은 ‘거짓인터뷰’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SNS를 중심으로 “민간잠수사가 아니다”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홍씨는 논란에 휩싸였다.
홍씨는 “이제 ‘국민X년’이 됐다. 유명세로 장사를 할 것도 아니고 영화배우를 할 것도 아니다. 그런 꿈을 꿔본 적도 없다”며 “웃음이 옅어지고 민감해졌다. 까칠해졌다. 석방된 뒤에는 친구도 안 만났다. 항소는 각오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나를 이렇게까지 고생하게 하고 양심이 있으면 항소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홍가혜 “10분 인터뷰로 바뀐 27년 인생… 이젠 국민X년 됐다”
입력 2015-01-14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