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모여 있는 이유는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봐”…인천 어린이집, 평소 얼마나 맞았으면

입력 2015-01-14 14:07 수정 2015-01-14 15:20
4살 원생이 맞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무릎 꿇고 모여 앉아 있다. 방송화면 캡처

인천 연수구의 K어린이집 원생 폭행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다는 다른 원생 아버지의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인천 어린이집에 같은 반 아이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아버지는 “저 선생 반이고. 직접 맞은 아이는 아니지만. 저 영상에 뒤쪽에서 겁내하며 무릎 꿇고 있는 아이 중에 한명이 저희 아이"라며 "영상에 나오는 아이 부모님뿐만 아니라 같은 반 부모님들도 현재 잠을 못이루며 괴로워 하고 있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각기 집에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안 맞은 아이가 없다고 한다"며 그러나 "현재 원장과 주변 교사들은 이번이 처음이고 본인들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도 어린이집에서 맞았다고 통증을 호소하던 아이의 엄마가 원장에게 CCTV 열람을 요청했지만, 거부하며 참으라고 한 경우도 있었고, 원장 본인 입으로 해당교사한테 살살 다루라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 글에서 보듯 어린이집에서의 원생 폭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글쓴이는 또 "저 작은 아이들이 느꼈을 공포와 괴로움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먹먹하다"며 "울면서 안 가겠다는 애들을 지옥같은 곳에 떨궈 놓고 온 죄책감에 아이들 얼굴을 볼 수가 없다"고 자책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A양(4)이 보육교사 B씨(33·여)에게 폭행당했다는 A양 부모의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이 확인한 어린이집 CCTV 영상에는 B씨가 원생들 급식판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A양이 음식을 남긴 것을 보고 억지로 먹이려다 A양이 김치를 뱉자 아이의 머리를 세게 내리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 B씨에게 머리를 맞은 아이가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이를 지켜보던 다른 원생들이 한쪽에서 겁먹은 듯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모습도 보였다.



피해 원생과 같은 반에 아이를 보냈다는 아버지 글 전문이다.

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부모입니다.

지금 각 카페나 SNS에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맞는 부분도 있고 잘못된 부분도 있어서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저 선셍반이고... 직접맞은 아이는 아니지만. 저 영상에 뒤쪽에서 겁내하며 무릎꿇고 있는 아이중에 한명이 저희 아이 입니다.

영상에 나오는 아이 부모님뿐만 아니라 같은 반 부모님들도 현재 잠을 못이루며 괴로워 하고 있습니다.

각기 집에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안맞은 아이가 없다고 합니다.(영상에 아이가 맞는동안 다른아이들이 겁에 질려 한쪽에 모여있는 이유가 자신들 한테 불똥이 튈까바 알아서 기는 것입니다. 익숙한 장면인것 처럼요)

현재 원장과 주변 교사들은 이번이 처음이고 본인들은 몰랐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도 어린이집에서 맞았다고 통증을 호소하던 아이의 엄마가 원장에게 CCTV열람을 요청했지만, 거부하며 참으라고 한 경우도 있었고, 원장 본인입으로 해당교사한테 살살 다루라는 얘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기존에 다니던 아이들중 배뇨장애가 생긴 아이들도 있고,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하고 싫어하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저희 아이도 어린이집 안가는 주말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어린이집 안가는날이야?" 물어보고 저녁떄는 "내일은 가는날이야?" 물어봤습니다.

"왜?" 물어보면… 얼버무리며… "아니야…" 그럽니다.

우리들 어릴때 학교 가기 싫은것 처럼 그런것이라고 생각했지…. 이런일이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또한 저 어린이집 내부구조가 반(나이별 )마다 방은 다르지만 문을 닫아서 구분하는 곳이 아니라 커튼으로 살짝 가린 개방형이라 옆방에서 저렇게 큰소리가 나면 모를 수가 없습니다.

CCTV 1년치를 뒤져보고 싶지만 어린이집 내부에 있는 CCTV 영상은 약 3주치 정도밖에 보관되어있지 않는 상황이나 저 사건 바로 전 주는 해당교사 신혼여행 다음주는 방학으로 영상이 1주일치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추가 범행장면을 찾을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복원도 고려하고 있으나 얼마나 복구될지…. 그 안에 증거가 될만한 영상이 있을지….

저 작은아이들이 느꼈을 공포와 괴로움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울면서 안가겠다는 애들을 지옥같은 곳에 떨궈놓고온 죄책감에 아이들 얼굴을 볼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 교사 뿐만 아니라 원장, 주변교사까지 학대방치 및 관리 소홀로 책임을 묻고 싶고, 이번 한번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증언으로 증거를 하고 싶지만 그조차도 아이들한테 상처가 될까봐 조심스럽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어떻게 진행해나가야 할지 조언해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