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신한, 국민,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4조5826억원에 달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실적 중 88.9%, 39조6209억원 어치가 혼합형 대출이었다. 국민과 우리은행은 그 비중이 90%를 넘는다.
혼합형 대출은 3~5년 동안 고정금리를 유지하다가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대출이다. 15~35년에 달하는 대출 상환기간의 극히 일부분만 고정금리가 유지되지만, 당국은 혼합형 대출 실적을 고정금리대출로 인정해 준다. 결국, 3~5년 후면 변동금리로 바뀔 대출이 늘어난 것인데,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의 개선을 위한 핵심 대책으로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대출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변해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자의 재무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고정금리대출로 그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2011년부터 이 정책을 추진한 금융당국은 오는 2017년까지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을 40%까지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고정금리대출의 매력이 없어졌다. 정부의 채근에 못이겨 은행들은 ‘혼합형 대출’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혼합형 대출도 고정금리 상품으로 인정해 집계하기 때문이다.
고정금리형 신규 가계대출 비중은 당국의 대책발표 직전인 지난해 1월 14.5% 수준이었으나 발표 다음달인 3월에는 33.1%로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감독기준에 따라 집계하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비중 실적 역시 2010년 0.5%에서 작년 9월 말에는 20.9%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로 시중은행이 새로 늘린 고정형 대출 실적은 혼합형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고정금리 기간이 5년 이상인 혼합형 대출도 실적 집계 시 고정금리 대출로 인정하도록 집계 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기간 5년 미만의 혼합형 대출 역시 일정 비율을 고정금리형 대출로 인정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은행권 안팎에서는 “대통령 임기 말까지만 넘겨보자는 당국의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 시기에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소비를 제약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혼합형 대출이 90%, 금리 인상기에 가계 이자 부담 눈덩이 우려
입력 2015-01-14 0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