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모두가 제 목소리 낼 수 있어야”…스리랑카 순방서 다양성 강조

입력 2015-01-13 17:44

프란치스코 교황이 스리랑카·필리핀 순방을 시작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AFP통신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오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북쪽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에 도착해 첫 연설에서 “세계 많은 공동체에서 차이와 이견을 극복하지 못해 종교적·인종적 갈등이 고조됐으며 서로 전쟁을 벌이는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여러 종교 신도들 모두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모두가 각자의 우려와 필요, 두려움과 바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6년 간 종교·민족 간 내전을 겪은 바 있는 스리랑카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교황은 또 “다양성은 위협이 아니라 번영의 원천”이라며 “정당한 다양성을 존중하고 한 가족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까지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스리랑카에서는 1983년부터 2009년까지 불교도인 싱할라족 정부군과 힌두교 타밀족 반군 사이 내전이 이어져 10만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이 내전기간에 민간인 수만 명이 학살됐다며 국제사회의 조사를 요구했지만 스리랑카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자체 조사만 진행하고 있다.

교황은 이와 관련해서도 “치유의 과정은 ‘진실 추구’를 필요로 한다”며 전쟁 범죄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는 오랜 상처를 다시 꺼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의와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의 스리랑카·필리핀 순방은 이날부터 일주일간 이어진다. 순방기간 동안 교황은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타 종교 대표자들과 만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