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여론에 기름부은 대통령 신년회견...과감한 쇄신책 필요

입력 2015-01-13 16:54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신년 기자회견이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쏟아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연설로 집권 3년차 동력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문고리 권력 3인방’ 등에 대한 인사쇄신은커녕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여권을 중심으로 집권 3년차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원칙’에 얽매이기 보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과감한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우려감을 감추지는 못했다. 김무성 대표는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방문해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만나 “대통령도 소통하느라 많이 노력하고 계시는데 국민이 조금 부족하게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저희(새누리당)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결국 박 대통령 리더십의 문제”라거나 “마치 소통을 잘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말과 제스처를 보인 것은 잘못”이라는 노골적인 비판도 터져 나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여론을 달래려고 기자회견을 한 것인데 그 이후에 더 안 좋아진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당내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 하태경 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내 기강 해이와 같은 문제를 대통령이 풀어내려는 의지가 충분했는지 의문”이라며 “늦어도 다음 달까지 인사쇄신을 하지 못한다면 정권이 상당히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 역시 라디오에 나와 “청와대 문건 파동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당내에선)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는 국민감정과는 조금 간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었다”며 “(청와대) 내부의 소통 시스템을 보강하고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라고 말했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 말은 ‘당연히 처단해야 할 것을 주저하여 못한다면 훗날 화를 입게 된다’는 뜻이다. ‘측근 비서관’에 대해 신뢰감을 표한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와대 조직개편이나 특보단 부활 등 전날 박 대통령의 약속이 보여주기 식 쇄신책에 그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3인방은 좋은 사람이지만 일부 직원 문제로 이런 문제가 터졌다’는 대통령의 설명을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인적 쇄신뿐 아니라 인사 정책 등 근본적인 청와대 운영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예상보다 높은 비판에 당혹스러워 하며 여론을 예의주시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런 비판에 대해 “여러분의 시각을 존중하고, 여러분이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