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자회견에서 정치권과 여론의 인적 쇄신 요구를 사실상 거부 또는 유보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 직후인 13일 경제부처 합동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3년차 국정 이행에 나섰다. 내주까지 이어지는 각 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속도감 있는 국정을 주문하고 2월 중에는 청와대 조직개편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커다란 변화 없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에 실망감을 느낀 정치권과 여론을 다시 감싸기에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쇄신’보다 ‘개편’ 강조하는 청와대=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반응이 그리 좋지 않자 곤혹스런 분위기다. 경제혁신과 남북관계 개선, 구조개혁 등 박근혜정부 3년차 구상을 천명하고, 이후 경제 살리기 이행에 ‘올인’한다는 당초 시나리오와는 달리 여론 향배가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론에 떠밀리는 듯한 인위적인 ‘인적 쇄신’보다는 조직 개편과 인사 이동을 통한 체계적인 시스템 개편으로 현 상황을 돌파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구상 역시 대대적 쇄신 보다는 보완과 시스템 개편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편이 어떤 수준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여론을 귀담아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직 개편에 맞춰 자연스레 일부 인사들이 교체도 이뤄지는데, 이를 ‘쇄신 거부’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직 개편 시기와 관련해 청와대 안팎에선 박 대통령의 취임 두 돌을 맞는 2월 25일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편 방향은 취임 정책 및 홍보, 소통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과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현안 수습 뒤 결정하겠다”고 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는 이 시기 청와대 조직 개편과 함께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조직개편은 역대정부 반영해 추진=청와대는 역대 정부의 사례를 참고해 조직개편의 큰 틀을 마련하고, 각계의 여론을 청취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청와대 각 수석의 기능 및 업무가 일부 재편되거나 이관되고, 일부 비서관도 신설 또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청와대 내 정책실을 신설하거나 정책 관련 수석실을 팀으로 묶어 협업하는 팀을 만드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또 정책 협의와 홍보 강화, 정무·소통기능 강화 차원에서 관련 수석실의 업무 조정도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특히 홍보와 소통을 조직개편의 키워드로 제시한 만큼 비서실 개편 과정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설되는 특보단의 핵심도 정무특보, 홍보특보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1실(대통령실), 1처(경호처), 7수석 체제로 조직을 슬림화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수석급 홍보기획관을 신설해 홍보기능을 강화했고, 다음해엔 정책실장을 신설해 경제수석이 겸임토록 했다. 2010년 7월 국정기획수석 폐지, 시민사회 담당의 사회통합수석, 서민정책 담당의 사회복지수석 등을 신설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정책실을 신설한데 이어 2004년 5월 정책실 강화, 시민사회수석실 신설과 정무수석실 폐지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쇄신보다 개편 강조하는 청와대...보완,시스템변화로 돌파
입력 2015-01-13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