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세 모녀 살인’ 현장검증… 담담한 표정으로 범행 재연

입력 2015-01-13 16:18
YTN캡처

‘서초 세 모녀 살인사건’의 현장검증이 13일 오전 비공개로 진행됐다. 피의자 강모(48·구속)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범행을 재연했다.

강씨는 오전 9시54분 경찰 호송차량에서 내려 자신이 살던 서초구 아파트로 들어섰다. 녹색 점퍼에 달린 털모자를 푹 뒤집어쓴 채였다. 지난 6일 새벽 범행을 저지른 이후 일주일 만이다. 단란한 가족의 가장이던 강씨는 이제 살인 피의자가 돼 자신이 살던 집을 찾았다.

강씨는 오전 10시부터 40여분간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범행 준비 과정부터 가족을 살해하는 장면까지 모두 재연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내내 침착하고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울거나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아내 이모(44)씨와 두 딸의 목을 조르는 장면을 재연하는 순간에는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배가 아프다”는 큰딸(13)에게 약이라며 이달 초 처방받은 수면제를 주고 물과 함께 삼키게 했다. 그는 지난 11일 아내와 큰딸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 졸피뎀이 검출되자 “큰딸에게는 먹이지 않았다”고 부인했었다. 의도적으로 거짓 진술을 한 게 아니라면 범행 당시 무의식적으로 수면제를 건넸고 이 행동이 충동적으로 범죄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윽고 큰딸과 작은딸(8)이 모두 잠들자 와인에 수면제 반개를 섞어 아내에게 건넸다. 자기 잔에도 술을 따랐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이어 방으로 들어가 홀로 책상에 앉아 유서를 썼고, 다시 거실로 나와 잠든 아내의 목을 머플러로 졸라 숨지게 했다. 작은 방과 큰 방에서 자던 큰딸과 작은딸도 같은 방법으로 살해했다.

모녀가 모두 깊이 잠들어 시신에서는 별다른 저항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범행에 쓰인 머플러 두 장은 사건 직후 현장에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딸이 배가 아프다고 해 수면제를 줬다’고 진술했는데 이를 계기로 평소 생각해 왔던 동반자살을 실행에 옮긴 것인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범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수면제 20알을 처방받았는지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모녀 시신의 부검 결과를 받아 검토한 뒤 15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