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업계와의 경쟁을 위해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2015 북미국제오토쇼(NAIAS·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시 코보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엔저 때문에 미국 시장이 어려운 게 사실이고 신차가 내년에 집중돼 있다”며 “가격 측면에서 일본이 많이 싸게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우리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조정해서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다만 “제값받기 정책의 포기는 아니며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며 “파이낸싱이나 리스 프로그램, 인센티브 정책 등을 의미한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 부회장은 모터쇼 현대차 부스에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 직접 발표자로 나섰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5년 앨라배마 공장에서 쏘나타를 처음 생산한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했다”며 “현대차는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시장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파는 회사’가 아닌 ‘고객에게 가장 사랑 받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친환경차 개발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생존을 위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며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수소연료전지차를 비롯해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발표에 앞서 디트로이트 모터쇼 현장을 둘러봤다. 도요타 부스에서는 캠리에, 포드 부스에서는 미국의 대표적 머슬카인 머스탱 고성능 버전인 쉘비 GT 350R에 직접 앉아보기도 했다. 그는 “캠리는 미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차고, 머스탱은 전통적인 차기 때문에 실내 인테리어도 한번 더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SUV, 친환경차가 많고 픽업 트럭도 잘 돼 있고, 고성능차도 거의 다 나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산에 대해 “수입차가 느는 것은 현실이고,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내부적으로 비상”이라며 “(현대·기아차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듣고 있고, 작은 얘기라도 바로 시정하고 전체 직원들이 그런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관련, “승계 보다는 지배구조 그런 쪽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아직 (매각이) 된 것도 없고 진행 중이며, 한국으로 돌아가 봐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부회장의 발언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경영권 승계 차원이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지분이 30%가 넘는 기업 대주주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디트로이트=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정의선 “일본차와 경쟁 위해 가격 조정 필요”
입력 2015-01-13 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