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일부 직원이) 개인적인 영리,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 전혀 관계없는 사람을 이간질시켜 뭔가 어부지리를 노리는 그런 데에 말려든 것 아니냐”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라’고 한 대상은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건 유출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의 ‘자작극’에 휘둘리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 유출은 ‘사실’로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비선실세 의혹은 “모두 허위이고 조작”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특히 정윤회씨에 대해선 “벌써 수년 전에 저를 돕던 일을 그만두고 제 곁을 떠났기 때문에 국정 근처에도 가까이 온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정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체육계 비리가 쌓여 바로 잡으라고 지시했는데 보고도 안 올라오고 진행도 전혀 안 됐다”고 했다. 이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이 비리 척결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으로 풀이됐다.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듯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실세는커녕 국정하고 전혀 관계가 없다”거나 “실세냐, 아니냐는 답할 가치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렇듯 박 대통령이 강한 표현을 사용해 비선실세 의혹을 부인한 근거는 검찰 수사 결과다. 박 대통령은 “문건 파동과 관련해 검찰에서 과학적 기법까지 총동원해 철저하게 수사한 결과 그것이 모두 허위이고 조작됐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문건 유출과 관련한 ‘범행 동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일부 직원의 일탈로 결론을 낸 것일 뿐 의혹이 완전히 해명되지 않았다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검찰 수사에선 이재만 총무비서관만 소환조사를 했을 뿐 정호성·안봉근 비서관과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은 서면조사를 하는 데 그쳤다.
박 대통령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9일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사표를 낸 데 대해 “항명 파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본인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국회에) 나가서 정치공세에 싸이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문제를 더 크게 키우지 않을까 그런 걱정에서 (출석을 거부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정라인에서 잘못된 문서 유출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책임지고 간다는 그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제 입장에서는 그래도 (김 전 수석이) 국회에 나갔어야 되지 않을까. 나가서 이야기를 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대통령 기자회견]박지만 “정신차리고 살아라”
입력 2015-01-12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