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화제] 주취 폭행사고에 ‘카디프 모델’ 적용했더니 범죄율 뚝

입력 2015-01-12 17:06 수정 2015-01-12 20:04

20년 전 영국 웨일스 수도인 카디프 대학병원 응급실은 밤마다 술 취한 사람들에게 맞아서 실려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깨진 유리 조각 때문에 얼굴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도 많았다. 환자들을 접하면서 이 병원의 외과 의사인 조나단 셰퍼드 교수는 ‘왜 이런 범죄가 줄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는 연구 끝에 피해자들이 ‘주폭’들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좀처럼 신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에 신고해봐야 금방 다시 풀려난 이들이 술에 취해 보복을 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찰과 의료진, 지역 보건 담당 공무원이 함께 ‘주폭’ 현장에 출동하는 방안을 지역 당국에 제안했다. 이들은 함께 출동해 피해자로부터 장소와 가해자 등 범죄 정보를 직접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종합적인 대응책을 설계해갔다. 가령 주폭들이 많이 모이는 펍(술집)이나 공원이 어딘지 파악해 경찰은 경비를 강화하고 병원 역시 의료진을 신속히 출동시키는 등의 대책을 세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알콜 중독자’ 리스트를 만들어 주폭 가해자들을 합동으로 관리하니 이들이 보복을 가하는 일도 사라졌다. 가해자들의 알콜 중독 치료까지도 모델에 포함된다. 셰퍼드 교수는 “비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단지 관계자들이 간간이 만나도록 조직을 구성해놓기만 하면 된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96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카디프 모델’이 정착된 이후 도시의 폭행 범죄는 눈에 띠게 줄어 2007년에는 40% 가까이 감소했다. 범죄 감소는 의료보험비 지출 감소 및 예산 절감으로도 이어져 연간 700만 파운드(약 115억원)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 효과에 주목한 미국 밀워키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케이프주 등의 지역들도 앞다퉈 이 모델을 도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셰퍼드 교수와 카디프 모델의 사례를 소개하며 “공공정책에 있어 기관 간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