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아시안컵 Day4] 일본, 전범기 유니폼 입고 ‘호주 침공’… 자존심도 없는 AFC

입력 2015-01-12 17:00 수정 2015-01-12 17:56
국민일보 DB

일본 축구대표팀이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전범기 유니폼을 입었다. 제국주의 시절 침략전쟁으로 상흔을 남긴 아시아에서도 전범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일본은 12일 호주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파란색 상하의를 입었다. 상의 왼쪽 가슴의 협회 문장을 중심으로 선이 뻗어 전체를 감싸는 디자인을 수정하지 않은 유니폼이다. 선은 붉은 색이 아닌 흰 색이지만 일본제국주의 전범기인 ‘욱일기’ 형태로 뻗어 있다.

제작사인 아디다스는 유니폼을 처음 공개했던 2013년 11월 “대표팀의 엔진인 선수들이 각각의 포지션으로 힘차게 퍼지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보다 욱일기에 관대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방관으로 논란은 사실상 방치됐다.

FIFA는 정치, 종교, 민족, 인종 등을 선전하는 행동과 구호, 문구, 상징물을 모두 금지한다. 하켄크로이츠 플래카드를 내건 관중이나 그라운드에서 나치식으로 거수한 선수에게 중한 징계를 내린다. 반면 욱일기를 형상화한 일본 유니폼에 대해서는 제지는커녕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며 사실상 허용했다. 일본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이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은 아시아의 축제에서도 전범기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1940년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하면서 사용했던 전범기를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인 그라운드에서 입었다. 개최국 호주의 경우 1942년 일본군의 다윈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태평양전쟁 참전국이다.

우리나라, 이란, 호주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일본이 이 유니폼을 입고 시상대 최상단에 오를 경우 AFC는 제국주의 상징물을 허용한 오명을 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아시안컵 본선에 처음 출전한 팔레스타인을 4대 0으로 격파했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베테랑 미드필더 엔도 야스히토(35·감바 오사카)의 선제 결승골로 빠르게 승부를 갈랐다.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29·마인츠), 혼다 게이스케(29·AC 밀란), 수비수 요시다 미야(27·사우스햄튼) 등 유럽파들이 고르게 골을 넣으면서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