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신년기자회견]정윤회 및 문건유출 사건에 대한 안이한 인식

입력 2015-01-12 16:50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모두 허위이고 조작”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은 ‘사실’로 인정하며 사과했지만, 나머지 의혹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검찰수사 결과만을 근거로 이번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 문제에 대해 “(청와대 일부 직원이) 개인적인 영리,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혀 관계없는 사람을 이간질시켜 뭔가 어부지리를 노리는 그런 데 말려든 것이 아니냐”고 했다. 또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된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을 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비선실세 의혹을 받았던 정윤회씨에 대해선 “벌써 수년 전에 저를 돕던 일을 그만두고 제 곁을 떠났기 때문에 국정 근처에도 가까이 온 적이 없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정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체육계 비리를 바로잡으라고 했는데 진행이 전혀 없어서 책임을 물은 것일 뿐”이라고 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실세는커녕 국정하고 전혀 관계가 없다”거나 “실세냐, 아니냐는 답할 가치도 없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렇듯 박 대통령이 강한 표현을 사용해 비선실세 의혹을 부인한 근거는 검찰수사 결과다. 박 대통령은 “문건파동과 관련해 검찰에서 과학적 기법까지 총동원해서 철저하게 수사를 한 결과, 그것이 모두 허위이고 조작됐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문건 유출과 관련한 ‘범행 동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일부 직원의 일탈로 결론을 낸 것일뿐 의혹이 완전히 해명되지 않았다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검찰 수사에선 이재만 총무비서관만 소환 조사했을 뿐 정호성·안봉근 비서관과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은 서면조사를 하는 데 그쳤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내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는 모임을 갖은 뒤 “기강 해이와 불통 논란을 초래한 정국 혼란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 청와대와 국민 사이에 다소 간극이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9일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사표를 낸 데 대해 “항명 파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본인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국회에) 나가서 정치공세에 싸이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문제를 더 크게 키우지 않을까 그런 걱정에서 (출석을 거부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정라인’에서 잘못된 문서 유출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책임지고 간다는 그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제 입장에서는 그래도 (김 전 수석이) 국회에 나갔어야 되지 않을까, 나가서 이야기를 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