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 범죄로 보였던 ‘서초 세 모녀 살인사건’은 모녀의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나오면서 계획 범죄로 초점이 맞춰졌다. 가장 강모(48·구속)씨는 병원에서 직접 수면제를 처방받아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씨가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12일 “강씨가 지난달과 이달 불면증 사유로 수면제를 각각 10알씩 처방받았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경찰에서 1월에 받은 약 중 한 알을 반으로 쪼개 와인에 탄 뒤 아내 이모(44)씨에게 먹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딸(13)의 시신에서도 약 성분이 검출됐지만 강씨는 “큰딸에게는 먹이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작은딸(8)에게서는 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강씨는 지난해 12월에 받은 10알은 직접 복용했다고 밝혔다.
강씨가 범행에 사용한 약은 진정제의 일종인 졸피뎀이다. 반알만 먹어도 몸이 나른해지며 잠에 빠지는 효과가 있어 불면증 환자에게 주로 처방된다. 경찰은 지금까지 나온 진술로 미뤄 강씨 부부가 함께 자살하려 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씨 혼자 실직과 주식투자 실패에 따른 자괴감을 견디지 못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3일 오전 10시 서초구의 강씨 소유 아파트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15일 이전에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세 모녀 시신 부검 결과도 13일 발표하기로 했다. 강씨는 지난 6일 새벽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두 딸을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도주해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하고 반나절 만에 붙잡혔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서초 세 모녀 살해’ 가장 “와인에 수면제 타서 먹였다”
입력 2015-01-12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