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기업인 가석방 특혜도 역차별도 없다” 기존 입장 재확인

입력 2015-01-12 20:07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집권 3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박근혜(사진) 대통령은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업인 가석방 문제에 대해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겠지만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계가 불만을 제기해온 ‘기업인 역차별’을 박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가석방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존에 갖고 있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인 특별사면 등에 단호한 스탠스를 취해 온 박 대통령이 기업인 가석방을 공식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민의 법감정과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며 공을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넘겼다.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정치적 책임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가석방은 법률상 법무부 장관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다. 대통령으로서는 가석방이 사면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덜한 셈이다. 황 장관은 지난해 9월 “기업인이라고 가석방 대상에서 배제하는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었다.

수감 중인 기업인 중 가석방 요건을 갖춘 사람은 최태원 최재원 SK그룹 총수 형제와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이 유일하다. 형법 제72조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가석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수형자의 나이, 범죄 동기, 교정 성적, 재범 위험성 등을 따져 가석방 적격성을 판단한 뒤 신청하면 법무부 장관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형이 확정돼야 가석방이 가능해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가석방과 관련해 특별히 진행 중인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공식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역차별도 안 된다’는 박 대통령 언급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기업인 가석방을 특혜로 보는 여론이 여전히 강한데다 ‘기업인 범죄 무관용 원칙’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황 장관도 이런 정부 기조에 따라 2013년 7월 형기의 80%를 채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 가석방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