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테러 전쟁을 주도해 온 미국의 버락 오바마(사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테러 규탄 거리행진에 불참해 구설수에 올랐다. 34개국 정상이 집결해 테러를 규탄하고 표현의 자유를 주창한 역사적 현장에 대통령은 물론 미국 지도급 인사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정부는 정상들의 거리행진에 오바마 대통령 대신 에릭 홀더 법무장관을 대리로 참석시켰다. 하지만 올랑드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주요국 정상이 총출동한 거리행진 현장에 홀더의 모습은 없었다. 정상회의 사진촬영을 마친 그는 거리행진이 시작되는 시각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우방국의 중요한 행사에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존 케리 국무장관 등 보다 책임 있는 중량급 인사가 참여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그동안 프랑스에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국제공조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해왔고 프랑스는 이에 응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바이든 부통령 역시 공개된 특별한 일정은 없었으며 케리 장관은 인도를 방문 중이다.
또 파리 테러를 비난한 사우디아라비아가 풍자 글을 올린 자국의 블로거를 체포해 태형을 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정치와 종교에 대해 논쟁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시민활동가 라이프 바다위(30)를 최근 체포했다. 그는 사우디 종교경찰을 풍자한 기사 등을 삭제하지 않은 혐의로 태형 1000대를 선고받았다. 태형은 매주 50대씩 20주에 걸쳐 처해지고 있으며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됐다.
아울러 국경없는기자회는 대표적인 언론 탄압 국가들인 이집트 터키 러시아 알제리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정부 대표들이 이번 파리 행진에 참가한 것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프랑스와 해당 국가들을 비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佛 언론사 테러] 오바마, 파리 국제테러 규탄대회 불참에 여론 역풍맞아
입력 2015-01-12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