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5·24 조치’ 해제 등 북한이 솔깃해할 만한 ‘깜짝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분단 70주년’이니 만큼 남북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했다. 한반도 비핵화,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등에 대해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원칙론을 폈다.
◇‘깜짝 제안’없어…남북관계 회복 ‘진정성’ 피력=박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전제 조건은 없다”며 강도 높은 대화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북한의 진정성’ ‘비핵화 진전’ 등 전제조건도 분명하게 거론했다. 대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화를 통해 (남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열린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핵 개발 문제를 사례로 거론하며 “비핵화가 전혀 해결이 안 되는데 평화통일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단서를 달았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조건부 최고위급 회담’을 거론한 데 대한 대답으로 여겨진다.
김 제1비서가 ‘흡수통일 중단’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자, 박 대통령은 북한의 가장 ‘약한 고리’인 비핵화 카드를 꺼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흡수통일 전위부대’로 지적한 점을 의식한 듯 “통준위를 통해 통일의 비전과 방향에 대해 범국민적, 초당적 합의를 이루겠다”고 했다.
◇“미국 대북제재 불구하고 우리는 대화로 풀 것”=박 대통령은 미국이 ‘소니 해킹’ 주범으로 북한을 지목하며 경제 제재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 조치”라 평가했다.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도발해선 안 되고, 신뢰를 보여주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미가) 긴장됐다고 남북대화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우리대로 원칙을 갖고 북한에 대해 대화에 응해 이런 현안을 풀어보자고 쭉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24 조치’ 해제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잘못을 분명히 지적한 뒤 우리 측이 지난해 말 제안한 ‘1월 중 남북대화’의 틀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 조치의 배경에 대해 “북한 도발에 대해 보상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대화의 방법에 대해선 ‘선(先) 대북제재 해제’대신 ‘선(先) 대화 재개’ 정공법을 택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이 당국자 간에 만나서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대화를 여러 번 요청했는데도 북측이 소극적 자세로 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무산된 2차 고위급 접촉, 통준위-통일전선부 등의 대화를 통해 단계적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대북전단 살포, ‘표현의 자유’와 ‘국민안전’ 조율해야=박 대통령은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하게 자극하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
북한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도 않았다. 김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외세에 청탁한 동족 깎아내리기’를 지양하자고 제안했었다. 비핵화 문제도 북한 미국 중국 3자를 모두 고려해 ‘줄타기’하듯 발언했다. 박 대통령은 ‘비핵화 진전’을 북한의 진정성 척도로 내세우면서도 “전제조건은 아니다”고 분명히 말했다. 또 “비핵화가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는 우회적 화법으로 핵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6자회담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를 중시하는 미국을 배려하면서도 선행조건으로 못 박지 않은 것이다. 북한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평가다.
대북전단 살포 규제 여부에 대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했다. 박 대통령은 “전달 살포와 관련해선 사실 정부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표현의 자유는 국민 기본권인 만큼 기본적으로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또 지역주민 간 갈등이 생기거나 신변이 위협받아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탈북자 단체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삐라’ 문제에 유독 예민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스탠스로 여겨진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솔깃한 깜짝 제안은 없었다
입력 2015-01-12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