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사건 이후 제기됐던 청와대 인적 쇄신론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교체의 핵심 대상으로 거론됐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 3인방 등에 대해 문책성 인사가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청와대 문건 유출, 공직기강 해이, 항명사태 이후에도 기존의 국정운영 방식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어 또다시 ‘불통 마이웨이’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선실세’ 의혹의 중심에 섰던 청와대 비서관 3명을 교체해야 한다는 야당 요구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세 비서관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동안 검찰은 물론이고 언론 야당 이런 데에서 ‘무슨 비리가 있나. 이권(과 관련해) 뭐가 있나’ 샅샅이 찾았으나 그런 게 없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비서관들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하면 누가 내 옆에서 일하겠느냐”고 했다.
김 실장 교체 요구에 대해선 “당면한 현안이 많이 있어서 그 문제들을 수습을 먼저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 일들이 끝나고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당분간 바꾸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정윤회 문건’ 유출 특별검사제 도입 주장에 대해서도 “의혹만 갖고 특검을 한다면 앞으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특검을) 하는 선례를 남길 것”이라며 거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 스탠스는 검찰 수사를 통해 비선실세 논란 등이 ‘허위’ ‘조작’으로 드러났으니 여론에 떠밀려 교체 인사를 단행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불거진 각종 논란에 최근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사태까지 터지면서 박 대통령이 이번 회견에서 어떤 수위의 인적 쇄신 의지와 폭을 밝힐 것인지 이목이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런 요구를 모두 거부함에 따라 앞으로도 여론과 동떨어진 ‘마이웨이’식 행보를 지속하려 한다는 비판도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국회와 당청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청와대 주요부문에 특보단을 구성하는 등 ‘조직개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여러가지로 뭘 알리고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며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히 인사이동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건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과 봉사를 해야 할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기강을 무너뜨린 일은 어떤 말로도 용서할 수 없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사과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절망과 불통의 자화자찬 회견”이라며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없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만 늘어놓은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이라고 비난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인적쇄신 없다는 박 대통령 '마이웨이'
입력 2015-01-12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