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노조 “사측과 대화 나서겠다” 사측 “제안 검토하겠다”

입력 2015-01-12 20:20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먼저 중단된 대화의 장에 나가겠다고 나섰다. 사측이 노조와의 협의 없이도 통합 승인 신청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신제윤 위원장마저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나서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12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상황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가 정당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논의의 장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노조는 하나금융 대리인인 외환은행장에게 서신을 보내 향후 60일 이내인 3월 13일까지 통합여부, 통합원칙, 인사원칙 등에 관한 실질적 협상을 통해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할 것을 공식으로 제안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노사는 2012년 2.17합의서를 통해 5년 후 통합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이 조기통합을 꺼내들면서 노사간 첨예한 의견충돌을 보여왔다. 10월 들어 노조가 사측과의 대화에 나서면서 금융위 중재 하에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을 추진했으나 통합절차 잠정중단,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등을 둘러싸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본협상을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다.

특히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노조의 무리한 요구”란 비판이 나오면서 사측이 통합 승인 신청을 강행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날 신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하나와 외환에 이미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합의 없이 통합승인신청서를 처리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도 2.17 합의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노사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한 차원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은행 통합과 무관하게 하나금융이 1년 넘게 시행하고 있지 않은데 대해 항의한 것”이라며 “이번 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하나금융측은 “노조의 제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