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을 하다 보면 교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는 심방이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교인들과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주의하는 것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특정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특정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 곧 소문이 나서 사람들마다 함께 식사를 나눌 일이 생기면 그 음식을 사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고 다만 “나는 잡식성 동물이기 때문에 어떤 음식이든지 다 잘 먹습니다. 두 가지만 예외인데 하나는 없어서 못 먹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안 줘서 못 먹는 것입니다. 다만 짜지 않게만 해 주십시오.”라고 대답을 합니다. 이런 말은 저 뿐 아니라 목회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일 것입니다.
어느 집사님이 집에 심방을 갔었습니다. 식사를 초대한 집사님이 음식을 장만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서 차려놓았습니다. 어떤 특정한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기에 너무 놀란 저는 아내에게 가르쳐 준 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내는 아니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저는 그 집사님에게 어떻게 알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만 장만하였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집사님이 대답하기를 목사님과 심방을 다니면서 목사님이 음식을 잡수실 때마다 어떤 음식에 젓가락이 많이 가는지 주의하여 살펴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 젓가락이 많이 가는 음식은 목사님이 좋아하는 음식이 분명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렇게 음식을 장만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집사님은 저의 마음을 매우 흡족하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을 믿기에 하나님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즐겁게 해 드릴 수 있을까요? 그것은 하나님의 젓가락이 어디로 많이 움직이고 있는가를 평상시에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젓가락이 어디로 자주 움직이는지는 성경 속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젓가락이 자주 움직이는 곳은 사랑이라는 음식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 말씀에 하나님의 젓가락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보내서 우리를 구원해 주신 것도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젓가락이 움직이는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우리의 젓가락은 어디로 많이 움직이고 있습니까? 하나님과 같은 취향을 가지고 하나님의 젓가락이 가는 곳으로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까? 우리의 젓가락이 말씀 묵상, 기도, 전도, 성도의 교제로 자주 움직인다면 하나님의 젓가락과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무의식은 의식의 표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상시 움직여진 젓가락이 위기의 순간에 자연스럽게 움직여지게 됩니다. 하나님의 젓가락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도, 미래가 보입니다.
김양흡 목사(대전 대동교회)
하나님의 젓가락
입력 2015-01-12 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