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새정치연합 대의원들이 본 합동연설회 표정

입력 2015-01-11 19:31

새정치민주연합이 2·8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흥행몰이에 나섰다. 당 대표 후보인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의원은 자신이 혁신과 통합의 적임자라며 당심을 공략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연설을 지켜본 대의원들은 “어떻게 당 쇄신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합동연설회는 10일 제주에서 시작돼 이틀간 경남 창원 울산, 부산으로 이어졌다.

11일 울산과 부산의 합동연설회장에서 만난 대의원들은 차기 당 대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누가 대표가 돼도 혁신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모래알 리더십’ 극복할 강력한 리더십이 나와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정동영 상임고문의 탈당소식 탓에 전체적으로 뒤숭숭했다. 세 후보의 열띤 연설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의 마음은 이래저래 심란해 보였다.

문 의원에게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노 전 대통령 집권 시절부터 당원으로 활동해 온 대의원 김모(66)씨는 “노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 있으니 당원들은 정치인 문재인이 누군지 잘 모른다”며 “노무현 그림자에서 벗어나야만 당원들이 대표로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의원은 “대선후보까지 했는데 한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호남 정치인’ ‘올드한 이미지’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대의원 유모(55)씨는 “비호남권을 안고 가려면 호남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비호남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외에는 호남 정치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큰 문제”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 의원은 인지도 극복이 큰 과제였다. 두 아이와 함께 현장을 찾은 한 20대 여성 대의원은 “이 의원을 본 적이 없다. 주위 젊은 당원들도 누군지 잘 모르더라”며 “지방 당원들과 거리감을 좁히고 분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라”고 주문했다.

대의원 사이에서는 “노무현 같은 끈기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복지 이슈에 있어 서민들에게 힘이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쏟아졌다. 정 고문 탈당소식을 언급하며 “특정세력에 유리하게 당이 운영돼 소외된 당원들이 많았다”고 질타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 우리 당은 대안세력이 아니다”라는 평가도 나왔다.

문 의원은 합동연설회에서 ‘이순신 장군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부산 벡스코 연설에서 “정치인생을 (이번 경선에) 걸었다”며 “병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처럼 반드시 차기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또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영남지역에서 우리 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면서 “박 의원의 경륜과 관록, 이 의원의 패기와 비전을 업겠다”고 여유를 보였다.

박 의원은 ‘가장 강한 싸움닭’을 자처했다. 그는 “두 번의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당 지지율 38%의 신화를 만들어 새누리당을 압도했다”며 “이명박·박근혜정부가 가장 무서워한 사람이 바로 박지원”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을 향해서는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전대이지 개인의 정치생명을 결정하는 전대가 아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 의원은 ‘세대교체의 칼, 정당혁명의 창’을 호소했다. 이 의원은 “친노무현계와 비노무현계가 싸우면서 사라지던 지역주의마저 부활하고 있다”며 “200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광주가 노무현을 선택해 정당혁명의 불길이 된 것처럼, 부산이 세대교체를 결단해 달라”고 강조했다.

부산·울산=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