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유한양행 창업주의 경영철학이 재조명 받고 있다.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과 백화점 모녀 사건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의 횡포가 다뤄졌다. 프로그램은 방송 말미에 유한양행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를 모범적인 기업인의 사례로 꼽았다.
유일한 박사는 1969년 외아들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물려주면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아들과 조카를 해고했다. 전 유한양행 고문은 “유일한 박사가 ’회사 조직에 친척이 있으면 파벌이 형성되고 회사발전에 지장이 있으니 내가 살아있을 때 친 되는 사람은 다 내보내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당시 친척이 되는 사람들은 다 내보냈다”고 회상했다.
유일한 박사는 정치자금 압박에 굴하지 않아 혹독한 세무감찰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당시 유한양행 세무조사를 맡은 감찰팀장은 “20일간 세무조사를 했지만 무슨 한국에 이런 업체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털어도 먼지 한 톨 안 나왔다”고 털어놨다.
1971년 노환으로 사망한 유일한 박사의 유언장은 그가 사망한 지 약 한 달 뒤에 공개됐다. 유언장의 내용은 이렇다.
첫째, 유일선의 딸, 즉 손녀인 유일림에게는 대학 졸업 시까지 학자금 1만 달러를 준다.
둘째, 딸 유재라에게는 유한공고 안에 있는 묘소와 주변 땅 5000평을 물려준다. 그 땅을 유한동산으로 꾸미고 결코 울타리를 치지 말고 유한중, 공업고교 학생들의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며 그 학생들이 티없이 맑은 정신에 깃든 젊은 의지를 지하에서나마 더불어 느끼게 해달라.
셋째, 유일한 소유 주식 14만941주는 전부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에 기증한다.
넷째, 아내 호미리는 딸 재라가 그 노후를 잘 돌보아주기 바란다.
다섯째, 아들 유일선에게는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거라.
네티즌들은 “이것이 참된 대기업이다” “존경합니다” “이런 분이 진짜 재벌이지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진정한 갑’ 유한양행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 유언장 보니
입력 2015-01-11 16:28 수정 2015-01-11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