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2·8전당대회 당 대표 합동연설회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흥행몰이에 나섰다.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의원은 자신이 혁신과 통합의 적임자라며 당심을 공략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연설을 지켜본 대의원들은 “후보 간 차별성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합동연설회는 10일 제주에서 시작돼 이틀간 경남 창원 울산, 부산으로 이어졌다.
문 의원은 ‘이순신 장군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11일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정치인생을 (이번 경선에) 걸었다”며 “병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처럼 반드시 차기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영남지역에서 우리 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면서 “적이 두려워하는 장수가 누구냐”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은 ‘가장 강한 싸움닭’을 자처했다. 박 의원은 “두 번의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당 지지율 38%의 신화를 만들어 새누리당을 압도했다”며 “이명박·박근혜정부가 가장 무서워한 사람이 바로 박지원”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을 향해서는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전대이지 개인의 정치생명을 결정하는 전대가 아니다”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인영 의원은 ‘세대교체의 칼, 정당혁명의 창’을 호소했다. 이 의원은 “친노무현계와 비노무현계가 싸우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갈등하면서 심지어 사라지던 지역주의마저 부활하고 있다”며 “리더십의 전면교체보다 더 분명한 혁신의 길은 없다”고 말했다.
세 후보의 열띤 연설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의 마음은 아직 달아오르지 않는 분위기다. 대의원 사이에서는 “세 사람 모두 혁신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누가 대표가 되도 혁신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는 정동영 상임고문 탈당 소식을 거론하며 “특정세력에게 유리하게 당이 운영돼 소외된 당원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모래알 리더십 극복을 위해 “반드시 강력한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의원에게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노 전 대통령 집권 시절부터 당원으로 활동해 온 대의원 김모(66)씨는 “노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있으니 당원들은 정치인 문재인이 누군지 잘 모른다”라며 “노무현 그림자에서 벗어나야만 당원들이 대표로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의원은 “대선후보까지 했는데 한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호남 정치인’ ‘올드한 이미지’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대의원 유모(55)씨는 “비호남권을 안고 가려면 호남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비호남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외에는 호남 젊은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큰 문제”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 의원은 인지도 극복이 큰 과제였다. 두 아이와 함께 현장을 찾은 한 20대 여성 대의원은 “이 의원을 본적이 없다. 주위 젊은 당원들도 누군지 잘 모르더라”며 “지방 당원들과 거리감을 좁히고 분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라”고 주문했다.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노무현 같은 끈기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일을 저질러 놓고 끝까지 밀고 가지 못한다” 또는 “복지 이슈에 있어서 서민들에게 힘이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쏟아졌다.
부산.울산=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새정치연합 대의원들 “당권 후보 3인 차별성이 없다” 한 목소리
입력 2015-01-11 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