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석비서관의 ‘항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새해 국정구상을 발표한다. 그러나 여론의 초점은 청와대 내부의 쇄신으로 모아진 상태다. 지난해 연이은 인사파동과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에 이어 연초부터 커다란 악재와 직면한 박 대통령으로선 인적 개편을 통한 국정 쇄신이냐, 현상유지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취임 후 두 번째로 갖는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와 통일 준비, 구조개혁을 중심으로 한 새해 국정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청와대가 여과없이 보여줬던 공직기강 해이, 내부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인적 쇄신 없이는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국정운영 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결국 박 대통령이 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어떤 수준의 쇄신 의지를 천명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이 순탄한 길을 갈지, 아니면 또다시 불통 지적과 쇄신 요구에 직면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인적 쇄신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얘기다. 여당 내부에서도 청와대 조직 내부의 항명 사태는 특단의 조치 없이는 추스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11일 “기자회견 자리는 현 상황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인식이 어떤지, 이를 수습할 구상이 있는지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특별한 쇄신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향후 국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적 쇄신의 핵심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다. 지난해 잇따른 인사검증 실패, 청와대 문건 유출 과정에서 보여준 부실한 위기대응으로 김 실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여기에 지난 9일 김 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지시를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청와대 내부의 공직기강 확립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태까지 돼버렸다.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영(令)이 제대로 서지 않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박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 상태다. 당초 박 대통령의 재신임 속에 청와대 비서실장직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김기춘 실장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신년회견을 통해 최근 상황에 대한 대국민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할지도 관심사다. 일단 청와대 안팎에선 유감 이상의 메시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구상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대통령이 정국 전환을 위한 인사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만큼 신년회견에선 원칙 수준의 언급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국무총리를 포함한 중폭 개각, 청와대 비서실 개편 등을 단행하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이슈분석]쇄신 기로에 선 박 대통령의 선택
입력 2015-01-11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