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1·독일) 대표팀 감독은 11일 호주 캔버라 매켈러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진현을 보고 굳이 교체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별리그의 남은 두 경기에서 골문을 김진현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8강 이후에도 주전을 유지할 수 있다.
김진현은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주전 골키퍼로 선발 출전해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우리나라의 일방적인 공격과 오만의 역습으로 전개된 경기에서 김진현은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오만의 슛 5개와 유효 슛 2개, 프리킥 14개, 코너킥 3개는 김진현의 선방으로 모두 무력화됐다.
특히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위기에서 오만 공격수 아마드 알 호스니(31·사함)의 헤딩슛을 막아낸 ‘슈퍼 세이브’가 인상적이었다. 눈앞에 있는 승점 3점이 1점으로 바뀔 뻔했던 순간이었다. 마지막까지 몸을 날린 김진현의 선방으로 우리나라는 승리를 지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현을 호평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정성룡(30·수원), 같은 대회 3차전에서 강호 벨기에의 공격을 1실점으로 막은 김승규(25·울산)가 아시안컵 대표팀으로 합류했지만 김진현에게 높은 점수를 매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현이 안정감 있게 경기했다. 반응 속도도 빨랐다. 마지막 오만의 슛도 잘 막았다”며 “발을 사용한 플레이도 좋았다”고 했다. 골키퍼는 모든 포지션에서 유일하게 손을 사용할 수 있지만 김진현은 동료들에게 공을 전달하는 필드플레이도 좋았다는 의미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성룡이 부상으로 훈련량이 줄어 (주전 경쟁에서) 뒤처졌다”며 “(김진현의 1차전 선발은) 김봉수 골키퍼 코치와 고민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성룡, 김승규, 김진현의 실력이 모두 비슷해 한 명을 선택하기 어렵다”며 앞으로의 상황이나 결과에 따른 골키퍼 교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아시아축구연맹 유튜브 채널 하이라이트 영상 (김진현의 ‘슈퍼 세이브’는 1분30초 지점부터)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