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테러 알고도 못 막았다… 허술한 안보대응 체계 도마에

입력 2015-01-11 16:32
AFPBBNews=News1

프랑스 정보 당국의 허술한 안보 대응체계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 테러와 유대인 식료품점 인질극의 용의자들이 모두 프랑스 당국의 감시 대상이었음에도 사고를 막기는커녕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테러로 17명이나 희생됐다면 (테러 대비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라며 “분명한 실패”라고 시인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0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당국이 최근 발생한 사건의 용의자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으나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샤를리 엡도 사무실을 습격한 사이드 쿠아치(34)와 셰리프 쿠아치(32) 형제가 지난 2011년 예멘에서 테러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가 프랑스에 알렸고, 프랑스는 이들 형제를 감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수년간에 걸친 감시에도 의심할만한 점이 발견되지 않아 지난해 봄부터 이들 형제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사실상 해제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프랑스 경찰과 정보 당국이 쿠아치 형제와 예멘 알카에다의 연관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형인 사이드는 2011년 예멘을 다녀왔고,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에서 훈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 셰리프는 2008년 시리아·이라크로 무장대원을 보내려 한 혐의로, 2010년 수감 중인 파리 지하철 폭탄테러범의 탈옥을 도우려 한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었다.

8일 파리 남부 몽루즈에서 소총을 난사해 여성 경찰관 1명을 숨지게 하고 9일 파리 동부 포르트 드 벵센느의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인질극을 벌이다가 사살된 테러 아메디 쿨리발리(32)도 새로운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2010년 셰리프와 함께 지하철 폭탄테러범의 탈옥을 돕는 등 이미 쿠아치 형제와 교류가 있었다. 현지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쿨리발리는 2009년 한 청년 취업 간담회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었다.

프랑스 당국은 테러 감시가 허술하다는 지적에 대해 인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장-샤를 브리사드 프랑스 테러분석센터장은 “셰리프 쿠아치를 일정 기간 감시했지만, 위험한 상황이 없었거나 아주 낮았기 때문에 (그를 감시하는 대신) 다른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시리아, 이라크 등지로 건너가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에 가담했다가 돌아온 국민이 200명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