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출국 신은미씨, 그를 맞는 美 교민사회도 둘로 갈려

입력 2015-01-11 14:44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강제출국 된 재미교포 신은미(54)씨가 미국 현지에 도착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감정”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신씨는 10일(현지시간) 오후 2시40분쯤 남편과 함께 LA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남과 북, 모두를 사랑한다. 남과 북이 모두 평화롭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나 혼자 짝사랑했다”며 자신을 강제 퇴거시킨 한국 정부를 우회 비판했다.

신씨를 마중 나온 지인들과 진보단체 회원들은 꽃다발을 전하며 환영했다. 하지만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은 욕설과 함께 “종북 분자는 북한으로 가라”며 신씨를 막아섰다. 양측이 엉겨 몸싸움도 빚어졌다. 신씨는 입국장 앞에 대기하던 차량에 오르기 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황선(41·구속영장 청구)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와 이른바 ‘종북 토크 콘서트’를 열어 북한 체제를 찬양·미화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지난 8일 신씨를 기소유예 처분하고 강제퇴거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10일 신씨를 종로구 이민특수조사대로 불러 1시간30분가량 조사한 뒤 강제 퇴거를 결정했다. 신씨는 향후 5년간 재입국이 금지된다.

신씨는 조사 직후 “몸은 오늘 모국을 나가지만 마음만은 사랑하는 모국에서 강제 퇴거시킬 수 없다”며 “해외에서 동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국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날 오후 7시50분 LA행 항공편으로 출국했다.

한편 미 뉴욕타임스는 신씨 강제출국과 관련, 미 국무부가 한국의 국보법 적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넷 속보로 “북한을 여행하고 긍정적인 언급을 한 한국계 미국인이 북한에 동조했다는 보수층의 공격 이후 한국에서 추방됐다”고 전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신씨 사건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한국의 국보법이 일부 경우에서 보듯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는 것에 대해 우려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전쟁이 멈춘 지 60년 이상 지났지만, 남한에서 북한에 관한 얘기는 너무나 미묘한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에 따라 북한의 웹사이트는 차단되고, 북한 선전물을 인터넷에서 배포하면 체포 된다”고 전했다. 이어 ‘적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라는 국보법의 느슨한 조항이 남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