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주도권을 잡고 쉴 새 없이 두드린 골문은 한 번 밖에 열리지 않았다. 오만 축구대표팀 골키퍼 알리 알 합시(34·위건 애슬래틱)의 ‘슈퍼 세이브’에 가로막힌 우리나라는 2015 호주아시안컵을 조 2위로 출발했다.
우리나라는 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만과의 대회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전반 추가시간 1분 공격수 조영철(26·카타르 SC)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대 0의 신승을 거뒀다. 진땀 승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후반 90분 동안 모두 15개의 슛을 때렸다. 이 가운데 6개는 골문 안쪽으로 날아간 유효 슛이었다.
하지만 오만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페널티지역 주변으로 몰린 ‘밀집 수비’가 견고했지만 골키퍼 알 합시의 벽이 높았다. 알 합시는 슛 대비 93%, 유효 슛 대비 83%의 방어율로 우리나라의 공격을 차단했다. 특히 후반 11분 우리 공격수 구자철(26·이상 마인츠)의 결정적인 헤딩슛을 손으로 쳐낸 ‘슈퍼 세이브’가 인상적이었다. 앞서 조용철의 선제골도 알 합시가 몸을 날려 구자철의 강력한 중거리 슛을 몸을 막고 공이 흐른 2차 상황에서 나왔다. 흐른 공을 놓친 오만 수비진의 책임이 컸다.
알 합시는 과거 우리나라에 수모를 안긴 ‘오만 쇼크’의 장본인이다. 우리나라는 2004 중국아시안컵 2차 예선이 열린 2003년 10월 오만 원정경기에서 1대 3으로 완패했다. 우리나라가 오만에 내준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였다. 당시 우리나라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움베르투 코엘류(65·포르투갈) 전 감독이 경질될 만큼 우리나라에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오만의 골키퍼가 알 합시였다.
알 합시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 리그) 위건 애슬래틱의 주전 골키퍼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같은 리그의 볼튼 원더러스에서,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노르웨이 린 오슬로에서 뛰었다. 유럽에서 10년 넘게 활약한 ‘해외파’다. 오만에서는 가장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우리나라(승점 3·골 +1)는 오만에 한 골만 넣은 대가로 조별리그를 2위로 출발했다. 전날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개막전으로 열린 같은 조의 다른 1차전에서 쿠웨이트를 4대 1로 격파한 개최국 호주(승점 3·골 +3)에 두 골차로 밀렸다.
B조 1위가 유력한 우즈베키스탄을 8강에서 만나지 않기 위해서는 조별리그를 1위로 마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오는 13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서 호주와의 골 득실차를 좁히거나 뒤집어야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호주가 2차전에서 오만을 2골차 이상으로 물리칠 경우 우리나라는 쿠웨이트에 5골을 넣어야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호주아시안컵 Day2] ‘한국 킬러’ 오만 골키퍼, 이번에도 한국 거의 잡았다
입력 2015-01-10 18:54 수정 2015-01-10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