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질서를 지켜야 살아요.”
10일 오전 큰 불이 난 의정부 그린아파트 8층에는 진옥진(34) 소방사가 살고 있었다. 그가 주민들을 신속하게 옥상으로 대피시켜 더 큰 참사를 막았다. 진 소방사는 일찍 화재를 파악해 홀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주민들을 구조한 뒤 병원에 입원했다.
진 소방사는 이날은 ‘비번’ 근무자로, 집에서 쉬고 있었다. 임용한 지 1년이 채 안 된 새내기 소방관은 불이 난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주민들을 옥상으로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극단적인 공포심에 빠져 우왕좌왕하자 진 소방사는 일단 진정을 시키기로 했다. 특히 아래층에서 불이 번지고 있다는 판단에, 절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지 말 것을 강조했다.
진 소방사는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며 주민들을 옥상으로 유도했다. 10층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주민들은 삽시간에 피어오르는 연기 탓에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진 소방사는 이때 아직 연기가 많이 퍼지지 않은 옆 동 옥상에 판자를 대어 주민들을 이동시켰다. 주민 13명은 덕분에 모두 구조됐다.
옥상을 건너갈 때 일부 다친 주민도 있었지만, 일단 무사히 대피하는 데는 성공했다. 주민들을 구조한 뒤에야 진 소방사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연기를 들이마셔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목격한 한 주민은 "계단으로 내려와 보니 어떤 소방관이 주민들을 옥상에서 구조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 주민들이 옆 동에서 옥상을 건너와 안전하게 모두 내려왔다"고 전했다.
의정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멈춰, 질서를 지켜야 살아요” 화재 아파트 거주 새내기 소방관, 주민 13명 구했다
입력 2015-01-10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