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순교자로서 죽을 것이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를 습격한 뒤 9일(이하 현지시간) 파리 근교 다마르탱에서 인질극을 벌인 사이드 쿠아치(34)와 셰리프 쿠아치(32) 형제는 경찰과 협상을 하면서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질극이 발생하자 국가헌병대 소속 대테러부대(GIGN)는 현장을 완전히 포위하고 이들과 대치를 벌였다. 당시 현장 인근에 있던 목격자는 현지 방송 아이텔레와의 인터뷰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겁에 질려 실내로 대피했다”며 “전등을 모두 끄고 창문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인질극을 벌이기 직전인 오전 8시40분쯤 파리 북동부 포르트 드 팡탱 인근 도로에서 여성이 모는 승용차 한 대를 탈취했다. 차량을 뺏긴 승용차 여성 운전자는 현지 라디오 방송 유럽1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매우 침착했다. 목소리도 높이지 않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며 “잘 훈련된 특수부대원 같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이들이 기관총과 로켓포로 추정되는 무기를 갖고 있었으며 “트렁크에 애완견이 있으니 꺼낼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요청하자 순순히 승낙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라마르탱은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40㎞ 가량 떨어진 곳이다. 인근에 주로 인쇄공장들이 밀집한 공업단지가 있는 소도시다.
프랑스 당국은 해당 공장 인근 지역을 완전히 통제했다. 중무장 병력 수 천명이 라마르탱 일대 지역을 포위하고 출입을 차단했다. 라마르탱 시 당국 또한 주민들에게 외출을 삼가고 자녀들은 학교에서 떠나지 말도록 했다. 현장을 감시 중인 경찰 헬리콥터의 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인근에 위치한 샤를 드골 국제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들이 대치 중인 지역은 전날 아침 이들이 들렀던 파리 북동부 빌레코트레 인근 주유소에서도 가까운 지역이다. 인근 도로에서는 테러범들이 타고 다니던 차가 발견됐다. 경찰은 주유소 직원들이 용의자들이 파리 방향으로 떠났다고 진술함에 따라 파리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통제했지만, 이들 형제는 경찰의 감시를 따돌리고 파리 경계선까지 접근해 차량을 탈취한 뒤 라마르탱에서 인질극을 벌일 때까지 수십여㎞를 유유히 이동했다.
빌레코트레는 삼림지역으로 파리시보다 면적이 넓으며 사탕무밭, 밀밭, 석회암 채석장 등이 있어 1차 세계대전 때 병사들이 몸을 숨기던 곳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때문에 범인들이 처음부터 이 일대를 은신 장소로 물색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경찰은 밤 사이에 헬기 5대를 동원해 이 지역을 수색하는 한편, 민가에 잠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집집마다 일일이 확인작업을 펼치기도 했으나 범인 색출에 실패했다.
한편 8일 파리 남부 몽루즈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총을 난사해 여성 경찰관 1명을 살해하고 환경미화원 1명을 다치게 한 50대 남성 또한 샤를리 엡도 총격 사건 피의자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 50대 남성이 이들 형제와 마찬가지로 ‘뷔트 쇼몽 네트워크(파리 제19구 네트워크)’와 관계를 맺어왔다고 전했다. 파리 19구는 파리 동북부의 북아프리카 출신 무슬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뷔트 쇼몽 네트워크는 알카에다와 연계해 이 지역 거주자들을 이라크나 시리아로 보내 미군과 싸우도록 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알카에다 등의 사주로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이번 사건 이후에도 추가 테러 등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보고 전국적으로 8만8000명의 경찰 인력을 배치하고 400명의 군인도 투입했다. 특히 학교와 공항, 예배당, 관광명소 등의 경계를 강화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우리는 순교자로 죽을 것” 샤를리 엡도 용의자들 인질극
입력 2015-01-09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