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맡은 직분에서 조금도 권력을 남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이 비서관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 비서관이 지난해 4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전화해 “정윤회씨의 전화 좀 받으시죠”라고 언급한 전후 사정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 비서관은 “정씨가 전화를 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나를 내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억울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조 비서관과) 통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비서관은 “본인이 수차례 억울함을 호소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새정치연합 박완주 의원은 “왜 정씨는 매번 불리하면 이재만과 안봉근을 찾느냐”며 “뭔가 교감이 있으니까 실세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도 “언론보도가 억울하다고 청와대 비서관한테 전화하면 다 받아주냐”며 “정씨가 뭐길래, 그렇게 대단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종 문체부 2차관과의 친분설에 대해서도 “김 차관이 임명된 이후 국무회의에서 한번 인사를 나눈 일이 있을 뿐이고 그 사람의 전화번호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 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정씨의 전 아내인 최순실씨와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새정치연합 서영교)에는 “정씨가 (박근혜 의원의) 비서실장 역할을 할 때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후 의원들이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있는지를 묻자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답을 피했다.
이 비서관은 회의가 수차례 정회됐을 때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질 때마다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긴장한 표정으로 여러 차례 두 손을 문지르기도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국회 운영위 출석한 이재만 총무비서관 "조금도 권력 남용한 적 없다"
입력 2015-01-09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