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국회 출석 거부 사퇴 파장...인적쇄신 이어지나

입력 2015-01-09 20:13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거부한 채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여야뿐 아니라 직속상관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석 지시까지 무시한 초유의 ‘항명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청와대는 김 수석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번 파문은 청와대 인적쇄신 및 전면 개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수석은 ‘정윤회 문건’ 유출자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로 국회 출석 대상자로 지목됐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수석 출석 문제로 운영위 전체회의가 파행을 겪자 기자들과 만나 “점심시간 내내 출석을 요구했으나 본인은 ‘사퇴하겠다. 국회에 가서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수석이 비서실장의 출석 지시 이후에 ‘차라리 사퇴하겠다’고 했다”며 “사퇴할 것이니 굳이 국회에 나와 답변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2013년 9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셀프 퇴진’이후 또 한번 여권 핵심부에서 예상치 못한 항명 파동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사표를 받고 해임하도록 (박근혜 대통령에게) 적절한 경로를 통해 건의했다”고 답변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박 대통령이 사의 표명을 보고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김 수석의 파면을 요구하며 “공직기강의 문란함이 생중계된 초유의 사태”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수석이 국회 증인을 거부하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이 점입가경이 됐다”며 “공직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김 수석의 부적절한 처신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앞서 김 실장은 운영위 모두발언을 통해 청와대 문건유출 및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자성하고 있다”며 처음으로 공개 사과했다. 이어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무 자세와 기강을 철저하게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비서실 직원의 일탈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비판을 받는 데 대해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대단히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야당의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저는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자식이 병원에 누워 사경을 헤맨 지 1년이 넘었는데 자주 가보지도 못해 인간적으로 매우 (가슴) 아프다”고 언급한 뒤 “제 소임이 끝나는 날 언제든 물러날 마음 자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윤회 문건’에 대해서는 “전부 허위라 확신해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지금 비선실세라는 것은 없다”고도 했다. ‘측근 3인방’에게 확인 작업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만남이 없음을 확신하고 있었다”며 “박지만이라는 분도 청와대 가까이 온 일도 없어 서류 전체를 허위라고 봤다”고 답했다.

엄기영 전웅빈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