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기에 악용된 통신사 ‘듀얼넘버 서비스’

입력 2015-01-09 21:11
지난해 10월 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아이패드를 구입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 A씨에게 박모(21)씨가 “물건을 팔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박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은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물품 대금을 계좌로 송금했다. 그러나 판매자는 대금을 받자 연락이 두절됐다. 물품도 당연히 오지 않았다. A씨는 판매자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없는 번호’라는 음성 메시지만 들려왔다.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듀얼넘버’ 서비스를 악용해 기존 번호를 해지한 거였다.

박씨는 부가서비스인 듀얼넘버를 이용하면 휴대전화 한 대로 두 개의 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원래 듀얼넘버 서비스는 스팸 전화나 특정 번호의 연락을 받고 싶지 않을 경우 등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박씨는 이를 사기 피해자들의 연락을 차단하는 데 악용했다. 이후 요금 미납으로 휴대전화 이용이 정지되자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는 커피숍 등에서 카카오톡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박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물품을 팔겠다고 속여 A씨 등 11명에게 165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의 사기행각은 그의 스마트폰 인터넷 접속 내역을 추적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2013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600만원을 뜯어내 지난해 5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