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 때문에 성추행 기억 안나” 성추행 서울대 교수 해명 역풍

입력 2015-01-09 16:41 수정 2015-01-09 17:55

“진정으로 뉘우침이 없다니 한심스럽다. 뇌수술 받고 수학 가르쳤다니 놀랄 일이다. 이 정신나간 교수. 엄벌에 처하고 영원히 추방하라.”

“휠체어가 진화해서 이제 뇌수술 기억상실증이네.”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모(54) 교수가 “뇌수술을 받아 기억이 안 난다”고 법정에서 해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9일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강 교수는 지난 7일 성추행 혐의로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2008년부터 9명의 여학생을 상대로 11차례에 걸쳐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거나 껴안았다는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수사 결과 그는 여학생에게 ‘너는 내 0순위 애인’, ‘여친 잘 잤니?’ 등의 문자를 보냈고 수시로 만남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교수는 변호인을 통해 “깊은 반성과 사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2008년 뇌수술을 받아 당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거짓 진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겠다”고 했다. 성추행 사실이 기억은 안 나지만 학생들이 그렇게 얘기했으니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그러면서 뇌수술 후유증으로 잦은 발작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재판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며 재판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공판에 다녀왔다는 한 서울대 학생은 이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기소 내용을 들으면서 정말 기가 막히고 열받았는데, 그런 짓을 해놓고 기억이 안 난다니…뇌수술 핑계는 진짜 너저분하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강 교수는 2008년 뇌수술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수업을 해왔고, 학생들과 술도 자주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강 교수의 다음 재판은 재판부가 연기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달 6일 열릴 예정이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