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바로 옆 학교를 다니는 고등학생입니다’ 글 감동…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01-09 14:02 수정 2015-01-09 16:22

“단원고 바로 옆 학교를 다니는 고등학생입니다. 살아남은 자의 짐은 정말 무겁고 그 고통의 무게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보상들에 대해 불만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너무 미안하여 그들을 기억하며 산 자를 위로할 뿐입니다.”

단원고 근처 학교에 다닌다는 고등학생이 쓴 글이 인터넷에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좋은 글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공감의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9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글은 ‘미학’이라는 네티즌이 지난 7일 수험생 커뮤니티 오르비에 ‘단원고 바로 옆 학교 고등학생이 바라본 세월호 참사’라는 제목으로 올린 것입니다.

미학 네티즌은 세월호 참사 보상과 관련한 논란이 일자 이 글을 작성한 것 같습니다. 그는 “세월호와 관련된 약간의 의견 차이들이 보이기에 신문이나 TV로 전해들은 것이 아닌 바로 옆 학교 고등학생들이 경험한 참사를 이야기해보려 한다”고 적었습니다.

미학 네티즌은 사고 당시부터 떠올렸습니다. 처음에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사망자수가 늘어나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바로 옆 학교에서 생긴 참사이다보니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피해학생의 가족이 있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단원고에 다니는 친구를 잃은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는 “큰 도화지에 응원을 적어 보내기도 하고 구호물자를 사비로 보낸 반들도 있었다”면서 “합동분향소에도 정말 많은 학생들이 찾아가 슬픔을 함께했다”고 적었습니다.

미학 네티즌은 유족의 슬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보상비나 특례입학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유족의 슬픔을 알면 그런 논란은 없을 거라고 하네요.

그는 “함께 아픔을 겪은 학생으로서 저희는 마땅히 보상돼야 하며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 “단원고 2학년생들의 특례입학에 대해서도 함께 대입 경쟁을 하는 저희들은 조금의 불만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입장은 유족의 아픔을 곁에서 함께 느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살아남은 자의 짐은 정말 무겁고, 그 고통의 무게는 가늠하기 어려우며. 그들에게 위로의 말 하나 건네기도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신문기사나 TV로 세월호 참사를 전해들은 분들이 느끼기 힘드신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저희 대부분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들과 함께 직접적으로 대학 입시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고등학생이지만 단원고 2학년들에게 주어진 정원 외 특례 입학과 그 외 보상들에 대해 일말의 불만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에게 너무 미안하여 그들을 기억하며, 산 자를 위로할 뿐입니다.”



미학 네티즌은 아울러 세월호 참사에 대해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할 것은 보상 문제가 아닌 진심어린 공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보상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위로하며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 또한 차가운 이성이 아닌 진심과 눈물어린 공감입니다.”

정말 대견하네요. 이렇게 사려 깊다니. 아마도 참사의 아픔이 우리 학생들을 더욱 성숙하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학 네티즌, 저도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네요. 미학 네티즌의 글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