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이른바 ‘김영란법’은 원안보다 처벌 수위와 적용대상 등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여야가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부분만 따로 떼내 분리입법에 나선 것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법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압박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100만원 이상 금품수수는 무조건 형사처벌, 언론사·사립학교 교원도 포함=새로 제정된 법은 공직자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할 경우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100만원 이하 금품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안소위는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여러 차례 금품을 나눠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해 연간 수수 금액이 300만원을 초과하면 형사처벌하도록 보완장치를 뒀다. 공직자 가족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가 적용된다. 민법상 가족 범위, 즉 배우자와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가 그 대상이다. 이렇게 되면 최소 180만명이 공직자 범위에 들어오고, 가족까지 포함하면 1800만명 가량이 이 법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추가입법이 이뤄지면 2000만명으로 적용대상이 늘어난다. 제정안은 사립학교와 언론기관도 공공기관과 같은 규정을 적용받도록 했다.
부정 청탁의 유형을 15가지로 구체화한 것은 부정청탁 개념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인허가 부정처리, 징계 감경, 편파적인 수사나 조사, 비공개 법령정보 누설, 계약이나 보조금 차별 등이다. 이와 함께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예외 사유도 7가지를 적시했다. 절차를 지키고 공개적으로 이뤄지거나 공익 목적이 있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제정안은 사립학교와 언론기관도 공공기관과 같은 규정을 적용받도록 했다
이번에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영역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는 위헌 소지를 없애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2월 임시국회 통과는 불투명=김영란법은 국회에 제출된 지 1년 반 만에 법 제정의 첫 관문인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향후 처리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정무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영란법을 의결한 뒤 당일 법사위, 본회의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숙려기간을 거치지 않으려면 여야 지도부간 합의가 필요하고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해 현재로선 12일 본회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공직자와 가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규율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당한 민원과 부정청탁의 구분이 모호해 국민의 청원권과 민원제기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부정청탁 등 금지에 관한 법은 공포 후 1년 후에 시행되고, 처벌 조항은 유예 기간 없이 시행과 동시에 적용키로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김영란법 무슨 내용 담았나
입력 2015-01-08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