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직전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8일 정오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AW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한국교회 원로목회자의 날’ 행사에서 격려사를 하다가 심한 야유를 들었습니다. 취재하던 제가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홍 목사는 이날 행사 2부 순서에서 현대종교 한정희 목사의 소개로 격려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습니다. 홍 목사 외에 림인식 이만신 피종진 이용규 엄신형 김명혁 강영선 목사와 정의화 국회의장도 격려사를 했고 조용기 목사는 영상으로 축사를 했습니다.
사회자는 행사가 지체되지 않도록 순서자들에게 1분 정도 멘트를 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대부분 순서자들은 1분 안팎의 멘트를 했지만 홍 목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봅니다. 5분 넘게 멘트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는 잠언서 16장 31절 말씀 등을 들며 격려사의 취지에 맞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우리는 120세까지 삽시다. 한국교회에 원로가 계신다는 것은 희망입니다”는 말도 했습니다. 객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온 것은 바로 그 다음 대목입니다.
홍 목사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한국교회 원로들은 걱정은 태산같이 하지만 누구하나 손발 걷어 붙이고 나서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로운 일을 할 때 비판하고,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언론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괴로움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서운 양심의 가책을 받을 만한 일을 해 놓고도 뻔뻔스럽게 대중 앞에 나타나서 자신을 변호하는 불행한 시대가 나는 오리라고 생각…”이라고 말을 미처 맺지도 못했을 때 객석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습니다.
“말이 많다” “그만해” “내려와” “무슨 소리야” 등등 불만스런 야유였습니다. 홍 목사는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곧바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시길 부탁합니다. 이상입니다”라는 말로 격려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홍 목사가 이날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몇몇 교계 언론이 최근 보도한 기사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한기총이 이영훈 대표회장 등 지도부를 음해하고 흔들려는 세력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홍 목사는 한기총 지도부를 음해하는 세력의 배후에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날 참석했던 원로목사님들이 모두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격려사를 하러 나와 제한된 시간을 넘겨가며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홍 목사가 몇 달 전 한기총 대표회장 직을 내려놓았을 때 홍 목사 반대 측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을 의심했습니다. 물러난 뒤에도 한기총을 뒤에서 조종하거나 여차하면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당시 홍 목사는 이런 시선에 매우 억울해 했습니다. 취재기자로서 홍 목사의 진정성을 믿고 싶었습니다만 최근의 행보는 참 실망스럽습니다.
한국교회가 연합기관인 한기총 때문에 분열되고 고통 받는 일이 언제쯤 없어질까요? 홍 목사께 묻고 싶습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미션쿡] 원로목사들로부터 야유 받은 홍재철 목사
입력 2015-01-08 19:46 수정 2015-01-08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