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로스 감독은 8일 호주아시안컵 홈페이지에 헤드라인으로 실린 인터뷰에서 “이란은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로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 상황은 더 악화됐다”며 “준비하지 않고 도박하는 마음으로 도전할 때 우승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그러나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염원과 갈망을 가진 선수들에게 헌신하겠다”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그의 푸념이 대표팀 선수들보다 이란축구협회를 향하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6월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아시아 4개국은 모두 부진했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이란도 마찬가지였다. 이란은 조별리그 F조에서 1무 2패로 탈락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와 득점 없이 비기고 월드컵 준우승국 아르헨티나에 0대 1로 석패하면서 우리나라, 일본, 호주보다 선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란축구협회는 그러나 대표팀을 외면했다. 월드컵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선수단을 재구성하고 평가전에 열을 올렸던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다르게 이란은 6개월여 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지난해 11월 수도 테헤란에서 우리나라를 1대 0으로 이기고, 지난 4일 호주 시드니에서 이라크를 1대 0으로 이긴 두 번의 평가전이 대표팀 일정의 전부였다.
이란은 아시안컵 3회 우승국이다. 원년부터 두 차례 우승한 우리나라, 네 차례로 최다 우승국인 일본,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가입한 호주와 함께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힌다. 호주아시안컵에서도 조별리그 C조 1위를 무난하게 수성하고 우승까지 노릴 것이라는 예상을 낳았다. 우승은커녕 대회를 체념한 듯한 케이로스 감독의 이번 발언이 주목을 끄는 이유다.
케이로스 감독은 “바레인과의 첫 경기를 준비하고 있지만 지금은 휴식을 취하면서 정신적으로 무장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오는 11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경기장에서 바레인을 상대로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2차전(15일 시드니) 상대인 카타르와 3차전(19일 브리즈번) 상대인 아랍에미리트연합은 모두 중동의 강호인 만큼 8강 진출길이 쉽지만은 않다. A조에 속한 우리나라와는 대진표상 4강 이후부터 만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