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7일(현지시간) 발생한 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은 그동안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가능성에 비교적 잘 대비해온 프랑스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백주 대낮에 유럽의 심장격인 파리의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해 서방사회가 테러에 무방비 상태로 놓인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총과 로켓포 등으로 중무장한 범인들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 마스크를 한 채로 건물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이후 건물 안에서 총을 난사했으며, 총격전은 수분 간 이어졌다. 이후 11시30분쯤 건물 밖으로 나온 괴한들은 출동한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주변에서 찍힌 비디오에 따르면 범인들은 테러 이후 작은 검은색 승용차를 탈취해 도주했다. 괴한들은 달아나면서 경찰에게 다시 난사했다. 한 목격자는 “처음에 마약사범을 쫓는 총격전인 줄 알았다”며 “이런 무자비한 테러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들은 총을 쏘는 중간 중간에 “예언자의 복수를 해냈다” “알라 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 등을 소리쳐 외쳤다. 범인들이 ‘예언자의 복수’라는 말을 한 점에 비춰 2011년과 2012년에 이 잡지사가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풍자한데 대한 보복 테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FP는 이번 총격으로 샤를리 엡도의 스테판 샤르보니에 편집장과 3명의 만평가 등 회사 관계자와 경찰 등 12명이 숨지고 10여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이 편집장은 2009년에 취임해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를 주도해온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범들의 무자비하고 대담한 범행을 감안하면 이번 테러가 숙련된 테러 전문가들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등의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사주를 받았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사회는 시리아나 이라크 등에서 IS나 다른 테러 단체들의 전사로 활동하다가 귀국한 자국민에 의한 테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계활동을 펴오기도 했다.
프랑스는 테러 직후 범인 검거를 위해 파리 전역에 비상경계령을 발령했다. 또 백화점과 주요 언론사, 교회, 대중교통 시설 등에 대한 대테러 경계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은 최근 20년 이래 프랑스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기록된다. 프랑스에서는 1995년 알제리 출신 극단주의자가 통근 기차에서 폭탄을 터뜨려 8명이 숨지고 119명이 부상한 바 있다.
테러 소식에 세계각국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놓았다. 미국 백악관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비극”이라고 했고, 영국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는 “언론자유에 대한 도전이자 역겨운 테러”라고 비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가증스러운 테러”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한 잡지사에 대한 보복테러를 넘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서방사회 전체에 대한 경고성 테러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최근 유럽에서 극우 세력에 의한 반(反)이슬람 시위가 격화돼왔고,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검거 열풍이 불었던 것과 관련해 이에 반발하는 성격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크게는 이슬람권 세력과 기독교 중심의 서방사회 간의 충돌로도 해석될 수 있다.
손병호 조성은 기자 bhson@kmib.co.kr
[프랑스 언론사 테러] 순식간에 총기 난사… 편집장·만평가 등 12명 사망
입력 2015-01-07 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