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70대 할아버지가 장애를 가진 4살짜리 손자와 함께 음독자살을 시도, 손자는 현장에서 숨지고 자신은 중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7일 오전 11시20분쯤 부산 동래구 한 아파트에서 A씨(77)와 손자 B군(4)이 쓰러져 있는 것을 외출하고 돌아온 A씨의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씨와 손자 B군은 방 안에 나란히 누워 있었고, 옆에는 농약병 2개가 놓여 있었다.
A씨의 부인은 경찰에서 “남편으로부터 ‘내 죽을거다’라는 휴대전화를 받고 집에 도착하니 남편과 손자가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뇌병변 장애(2급)를 갖고 있는 손자와 함께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주머니에서 ‘손자 때문에 세 가정이 너무 고생을 한다. 모두 편하기 위해 애를 데리고 간다’는 내용의 유서를 발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맞벌이를 하는 아들집에서 쌍둥이 손자 형제를 돌봐왔다.
A씨는 장애가 없는 쌍둥이 동생을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장애가 있는 쌍둥이 형 B군과 함께 장애인센터까지 동행하는 등 매일같이 손자들을 보살펴왔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 내외와 사돈 등이 B군의 장애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보다 못해 A씨가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모두 위해 데리고 갑니다” 70대 할아버지, 장애 손자와 동반자살
입력 2015-01-08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