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8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 이란 축구대표팀은 공격수 사르디즈 아즈문(20·루빈 카잔)의 헤딩골로 무득점의 균형을 깨뜨린 후반 37분부터 돌변했다. 우리나라 선수들과 미미한 충돌에 쓰러졌다. 쓰러지면 일어서지 않았다. 큰 부상을 입은 듯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심판이 손짓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벌떡 일어나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밖으로 나간 공을 잡고 넘겨주지 않았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흥분해 화를 내면 기다렸다는 듯 되받았다. 그렇게 시간을 끌었다. 악명 높은 중동의 ‘침구축구’였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남은 10여분 동안 만회골을 넣지 못하고 0대 1로 졌다. 테헤란 원정 무승 징크스에 1패를 더했다. 6전 2무4패. 중동식 침대축구를 다시 실감한 순간이었다.
침대축구는 중동의 대표팀이나 프로팀을 조롱하는 우리나라 축구팬들 신조어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서지 않는 모습이 ‘누워서 잠을 자는 듯 하다’는 의미가 담겼다. 2013년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우리나라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벌인 카타르의 골키퍼가 심각하지 않은 충돌에 기절한 듯한 장면(사진)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15 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침대축구에 대한 엄단을 선언했다. 7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AFC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국에 대한 교육에서 판정 기준을 소개하고 악의적인 반칙이나 속임수,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재 대상은 발을 높게 드는 태클이나 고의적으로 손을 내민 핸들링, 할리우드액션, 경기지연을 모두 포함한 비신사적 행위다. 판정이 애매한 할리우드액션과 경기지연 등 침대축구의 요소를 포함한 점에서 주목을 끈다. 호주아시안컵의 본선 진출 16개국 가운데 10개국은 중동이다. 침대축구에 대한 제재 수위에 따라 대회의 판세까지 바뀔 수 있다.
AFC의 선언에도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SNS에는 “AFC 회장이 중동 출신인 상황에서 무엇이 변하겠는가” “본선 진출국의 절반 이상인 상황에서 얼마나 제재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쏟아졌다. 우리나라와 같은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같은 소식을 접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네티즌들은 “중동이 아닌 동아시아를 제재하겠다는 의미다” “각 팀마다 엄살을 부릴 수 있는 시간을 정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호주아시안컵 D-2] “이젠 좀 꺼내라, 레드카드를”… 속 터지는 침대축구 철퇴?
입력 2015-01-07 19:06 수정 2015-01-07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