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해 받을수 없어요” 구급차서 5시간 떠돌던 30대 결국 숨져

입력 2015-01-07 19:56
병원과 경찰, 관할 구청이 머리를 다친 취객을 보호조치하지 않는 바람에 구급차에 실려 5시간을 떠돌던 취객이 끝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안산소방서는 2일 오후 11시59분 단원구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 남성이 쓰러져 있다는 119신고를 접수했다. 구급대는 현장에 출동, 술에 취한 채 이마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A씨(38)를 발견해 응급조치한 뒤 행려자 지정병원인 H병원으로 옮겼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의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구급대)협력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H병원은 해당 환자가 ‘술 취해 행패를 부린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인수를 거부했다. 이에 구급대는 안산시와 안산단원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환자를 보호조치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인근 지구대로 A씨를 데려갔지만 인수를 거부당했다.

구급대는 오전 1시45분쯤 H병원을 다시 방문했지만 병원 측은 재차 인수를 거부했다. 이어 다른 병원 2곳과 단원구청, 쉼터 2곳 등도 보호요청을 거절했다.

구급차에 A씨를 태우고 보호기관을 찾은 지 5시간여 만인 오전 5시 H병원이 인수를 수락하면서 구급대는 복귀할 수 있었다. 밤사이 구급대가 무려 7곳을 방문하고, 4곳에 전화를 건 결과였다.

하지만 A씨는 7시간이 지난 3일 낮 12시10분쯤 숨졌다.

경찰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5일 A씨를 부검한 뒤 유족에게 시신을 인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구급대원부터 병원관계자 등 관련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며 “사인은 2주 후 부검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