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대학교 1학년이던 2012년 3월 육군에 입대했다. 자대 배치 첫날부터 선임병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한 선임병은 A씨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별명: 돌하르방, 이상형: 귤 파는 여자, 하고 싶은 말: 귤 9900원, 한라봉 1만9900원, 전역 후: 감귤장사’라는 자기소개서를 써서 A씨 관물대에 붙여 놨다. A씨가 보는 앞에서 “후임 관리를 제대로 해라. XX야”라며 A씨의 바로 위 고참에게 욕설을 하고, A씨에게 노래를 부르게 한 뒤 큰소리로 웃는 선임병도 있었다. 취침시간에 불필요한 말을 시켜 잠을 못 자게 하기도 했다.
A씨는 친구들에게 전화해 군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국 자대 배치 2주도 안 돼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맸다. 그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수첩에는 ‘내가 왜 이런 생활을 해야 하나. 엄마 아빠, 미안하고 사랑해. 자랑스러운 아들이 돼야 했는데’라고 적혀 있었다. A씨의 선임병 중 2명은 군 검찰에 송치됐지만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다른 2명은 영창 3일, 휴가제한 5일 징계를 받았다. 사고 한 달 뒤 전역한 선임병은 ‘불문 처리’ 돼 법적 책임을 받지 않았다.
A씨는 육군훈련소에서 ‘사고 위험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부대 중대장은 별도의 면담을 실시하지 않았다. 중대장은 근신 3일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A씨 유족은 ‘부대의 관리 소홀로 사망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정부가 1억2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다만 A씨가 고통을 극복하려는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국가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돌하르방’ 놀림 끝에 자살 병사에 “1억2300만원 배상” 판결
입력 2015-01-07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