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앞두고 각종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입학정원 감축 등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을 반강제로 졸업시키거나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아예 없애는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조금이라도 높은 평가점수를 받으려는 대학과 이에 반발하는 학생 사이에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화여대는 올 1학기부터 정규학기인 8학기 이상 등록자 가운데 정해진 학점을 모두 이수한 학생은 무조건 학사학위 수료로 처리하는 ‘과정 수료제’를 신설키로 했다고 7일 밝혔다. 교원 대비 학생 수가 많을수록 평가 점수가 낮아져 학생들을 빨리 졸업시키기 위한 조치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 대학마다 졸업을 미루는 학생이 증가해 왔다. 그 여파로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도 덩달아 늘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은 논문이나 영어성적 등 졸업 필수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방법으로 졸업을 회피했다. 하지만 과정 수료제가 시행되면 매 학기 60여만원 등록금을 내고 학점을 추가 신청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6일 한국외대에서는 학교 측이 학부 성적평가 방식을 모두 상대평가로 바꾸기로 결정하자 학생들이 본관 사무실을 점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교육부는 같은 달 24일 대학구조개혁 평가 세부계획을 확정하면서 “학점 분포의 적절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절대평가 과목을 상대평가로 전환하면 학점 의무비율에 따라 일정 수의 학생들은 무조건 최하 학점을 받게 된다. 총학생회는 지난 2일 서울북부지법에 대학본부와 총장을 상대로 ‘성적평가원칙 변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일부 대학은 취업률이 낮은 학과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중앙대는 올해 학부 구조개편안을 실시한다. 각 학부의 취업률 진학률 연구업적 등을 고려해 정원 감축 및 학과 통폐합을 시행할 방침이다. 사실상 인문·예체능계 학과들이 표적이다. 인문·예체능계 졸업자들은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취업률 집계에서 빠지기 쉽다. 4대 보험에 가입되는 회사에 취직하지 않으면 미취업자로 분류된다.
학과 통폐합안을 들고 나온 대학들은 “재학생들이 졸업장 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한다. 다만 학과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줄어 학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 아래 순수학문의 맥이 끊길 우려도 있다.
학생들은 “실질적 교육 환경은 고려하지 않은 숫자놀음”이라고 비판한다. ‘시간강사의 보수 수준’이나 ‘장학금 지원율’ 등 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지표부터 끌어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대학평가 앞둔 대학들… 학과 없애고 상대평가 전환하고
입력 2015-01-07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