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잡혔지만 범행 동기 등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여전하다. 경찰은 생활고에 따른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만 고급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앞뒤가 딱 들어맞지 않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7일 오후 피의자 강모(48)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오전에는 정확한 사망 원인 분석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세 모녀의 시신 부검도 의뢰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강씨가 범행 전 모녀에게 약물을 썼는지 밝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신에 별다른 저항 흔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씨가 계획적으로 약물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씨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잠든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강씨가 실직 후 주택담보로 빌린 5억원 가운데 2억7000만원을 주식투자로 날리면서 극단적 결심을 했다고 봤다. 하지만 범행 동기는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강씨가 시세 11억원대 고급 아파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이나 사채를 쓴 내역이 없다. 이 아파트를 팔면 대출금을 갚고도 6억원 가량이 남는다. 가족들의 금전지원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들은 “생활고 때문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경찰 발표를 부인했다.
경찰은 공범 가능성은 부인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단독범행은 확실한 것 같다”면서도 “계획범죄와 우발범죄 여지가 모두 있다”고 말했다. 강씨가 우울증을 앓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따로 정신감정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지난 6일 새벽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 이모(44)씨와 큰딸(14), 둘째딸(8)을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가 반나절 만에 붙잡혔다. 3년 전 실직한 뒤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고시원을 떠돌며 주식 투자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의 영장실질심사는 8일, 현장검증은 이르면 9일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서초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잡았지만… “고급아파트 있는데 생활고 때문이라고?”
입력 2015-01-07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