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을 둘러싸고 대학 당국과 학생들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학 당국은 정부의 압박으로 지난 3년간 등록금을 올리지 못해 재정 압박이 심하다고 토로한다. 학생들은 대학들이 적립금을 쌓아놓고 학생 희생만 강요한다고 맞서고 있다.
◇총대 멘 이화여대, 주목하는 대학가=이화여대가 최근 등록금을 2.4%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2.4%는 올해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최대치다. 등록금 인상률은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이내여야 한다(고등교육법). 이화여대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은 이화여대생뿐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가세하면서 거센 역풍을 맞았다. 이후 서울대가 0.3% 인하, 경북대가 동결을 결정하자 등록금 인상 움직임은 ‘주춤’하고 있다.
이화여대 등록금에 대학가가 주목했던 이유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타이밍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의 ‘호기’를 맞았다고 판단했다. 이대가 ‘총대’를 메는 분위기였다. 특히 올해 도입된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등록금 인하 노력’ 지표가 제외됐다. 지난해 폐지된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에는 등록금 지표가 있었다.
◇“연세대 고려대, 눈치 보는 중”=등록금 인상 분위기에 절박감을 느낀 학생들의 반발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올해 정부는 국가장학금 예산을 1700억원 늘려 잡았다. 대학들이 법적 한도인 2.4%까지 등록금을 올리면 학생이 아닌 대학에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표 참조). 지난해 사립대 기준 연평균 등록금은 734만원이었다. 2.4%이면 17만원 인상되는 것인데 소득 4분위(월 소득 331만원 이하 가정)부터는 혜택이 사실상 줄어든다. 소득 7·8분위에 속한 학생들은 오히려 17만원가량 손해를 보게 된다. 게다가 대학의 등록금 인하 노력과 연계돼 지급액이 결정되는 국가장학금Ⅱ 유형에서도 제외된다.
인상에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면서 대학들은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 평가 지표에서 등록금 인하 노력을 제외하면서 정부 압박이 다소 헐거워졌지만, 여전히 특성화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등 재정지원 사업에서는 유지할 방침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정성평가 부문에서 등록금 인하 노력이 부분이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힘을 얻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다수였는데 학내 반발과 정부 압박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결국 연세대와 고려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고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아마 인상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금이라도 올리면 국가장학금Ⅱ 유형 때문에 오히려 손해라는 분위기가 많다”라고 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등록금을 올려? 말어?”… 눈치 보는 대학가
입력 2015-01-07 19:52